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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뇌물 스캔들, 청렴 이미지 '먹칠'

[기타] | 발행시간: 2018.01.24일 09:32
‘아시아의 최고 청렴국’ 싱가포르가 거대 뇌물 스캔들로 충격에 빠졌다. 세계적인 석유회사이자 싱가포르의 대표 기업인 ‘케펠 오프쇼어 앤드 마린(Keppel Offshore & Marine)’이 해외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현지 정치인 등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네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다. 사상 최대 규모 부정으로 깨끗함을 무기 삼아온 싱가포르의 명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처음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15년 2월. 케펠 O&M이 전액 출자해 만든 자회사 케펠 펠스(FELS)가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당시 집권당인 노동당에 뇌물을 줬다는 브라질 현지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였다. 브라질 사법당국이 2014년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고강도의 부패 수사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싱가포르 강과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상./게티이미지코리아

부패가 기업 경영의 일부였나

당시 케펠은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보도는 또 나왔다. 지난해 8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케펠사를 대신해 브라질 정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한 인물의 검찰 수사기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떼던 케펠은 두 달이 지나서야 “우리가 한 거래 중 의심스러운 것이 있을 수 있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후 1년 2개월이 지난 지난 12월 23일 케펠 O&M이 뇌물수수금지법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됐다고 인정하면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케펠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13년간 석유시추사업 등을 따내기 위해 브라질 각계에 5500만 달러(약 586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넸다. 이를 통해 케펠은 페트로브라스 등 현지 회사들과 석유시추선과 관련해 총 13개의 계약을 따냈다. 이 기간 케플이 올린 수익은 3억5180만 달러(약 3764억원)에 달한다. 자료에는 케펠의 행위가 ‘명백히 고의적이고 의도적’이라고 적시돼 있다. 최소 7명의 케펠 고위간부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펠은 싱가포르와 브라질, 미국 등 3개국에 총 4억2200만 달러(약 4493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해외에서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지 못하도록 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따른 것이다. FCPA는 그 적용범위가 넓어 범행의 일부라도 미국 내에서 이뤄진 경우 기업의 국적을 불문한다. 미국 은행 계좌를 이용해 브라질에 뇌물을 보낸 케펠도 미국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간주됐다.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이 스캔들은 싱가포르 역사상 가장 큰 부정부패 사건으로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정부, 정말 몰랐을까?

사상 최대 뇌물사건이 싱가포르의 연말연시를 뒤흔들었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9일에서야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이날 의회에 출석한 인드라니 라자 재정·법무 수석장관은 “극도로 실망했다”며 “케펠은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고, 또 그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한 싱가포르 기업들의 부패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수사 의지도 내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스캔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현지 언론 〈더 인디펜던트 싱가포르〉는 지난 10일 “부패는 싱가포르 외교정책의 일부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가 케펠의 부정을 모를 리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영 투자기구인 테마섹(Temasek)은 케펠 O&M의 모회사인 케펠사 지분의 20.43%를 보유하고 있다. 케펠사는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사회기반시설, 자산관리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이다

인드라니 라자 재정·법무 수석장관이 지난 9일 국회에 출석해 케펠O&M 뇌물 스캔들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채널아시아뉴스 방송 캡쳐

기사에는 싱가포르의 많은 고위공무원들이 퇴직 후 케펠에 재취업을 한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인디펜던트는 또 “차기 총리 출마가 거론되는 현직 교육부 장관 옹예꿍이 케펠에서 그룹 전략 책임자였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스캔들에 연루된 케펠사 고위간부 중 한 명이 문제가 된 기간에 싱가포르의 브라질 (비주재) 대사로 임명됐다는 사실도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정치평론가 사타르 바와니도 최근 〈스트레이츠 타임스〉 기고를 통해 “케펠은 정부와 연계된 회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 스캔들에 대해 공개적인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반도 끄트머리에 자리한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697㎢인 작은 섬나라다. 인구 557만명이 산다. 작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부정부패에 대한 무관용에서 경제 발전의 힘이 나온다고 믿어 왔다. 실제 지난해 1월 발표된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싱가포르는 100점 만점에 84점을 받아 전 세계에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들었다(한국은 53점으로 5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싱가포르의 오랜 자랑인 ‘정직’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싱가포르 경영대학(SMU)의 유진 탄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부패 근절과 윤리적 경영에 대한 싱가포르 기업들의 헌신에 심각한 의문점이 생겼다”며 “케펠의 행위는 싱가포르의 브랜드를 훼손했으며, 싱가포르가 전혀 (부패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기업들의 대대적인 조직·문화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SMU의 토루 요시카와 교수는 “1997년에도 케펠 조선소가 해외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뇌물을 써 부패혐의로 기소된 일이 있었다”며 “직원들이 회사 내 비위행위를 외부에 알릴 수 있도록 내부고발자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외신

출처: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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