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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덕에 먹고 살아요”…中동포 식당주인의 편지

[기타] | 발행시간: 2018.01.29일 10:53
조선족이라고 욕설ㆍ성희롱 일삼는 손님들

참고 참다가 의지하는 곳은 경찰뿐

“당신들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어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중국X들아. 왜 남의 나라에서 장사해? 저리 꺼져.”

서울 종로3가 낙원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중국동포 강신숙(67) 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님들의 욕설에 시달린다. 청국장을 3000원에 파는 강 씨의 가게에는 연로한 어르신이나 노숙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형편이 어려워 돈을 안 주겠다는 사람들도 많고 술에 취해 가게에서 용변을 보고 시비를 거는 취객도 많다. 강 씨에게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가장 힘든 손님들이다. 여동생 웨선 씨와 온 힘을 다해 말려도 역부족이다. 성인 남성이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면 주변 사람들이 함께 거들어도 속수무책이다.

서울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중국동포 강신숙 씨 자매. 왼쪽부터 장웨선, 허순희, 강신숙 씨. [사진=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순희 씨가 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中동포 편견…“조선족이라고 욕설ㆍ횡포”=강 씨가 한국에 온지는 10여년, 종로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한지는 6년 됐다. 처음 콩국수집을 운영하던 강 씨는 손맛이 좋아 장사가 잘되어 인기가 좋았다. 그러다가 언니를 따라 한국에 온 여동생과 함께 일을 하기 위해 4년 전 이곳에 작은 식당을 냈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족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손님들로 강 씨는 마음 고생을 한다. 조선족 여자라고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을 할 때면 억울한 마음에 장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선족이라고 무시하고 술값을 안내고 가게에서 횡포를 부려도 따지지도 못해요. 결국 우리는 남의 나라에서 장사하는 도둑들 취급받고, 죄인이 돼버리거든요. 조용히 나가시라고 말리면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발로 차고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런 강 씨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곳이 있다. 아무리 말려도 안될 때는 종로2가 파출소에 전화를 건다. 곤경에서 그를 구해줄 유일한 동아줄이다. 전화를 하면 경찰은 5분도 안되어 달려와 상황을 수습해준다. 동생 웨선 씨는 “우리는 경찰 빽으로 장사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선행을 알리고 싶었지만 컴퓨터를 이용할 줄 몰라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이 보는 게시판에 올려 달라”며 손 편지를 전했다. 다음은 강 씨의 사연을 더해 재구성한 편지다.

강 씨가 경찰에게 보내는 손편지. [강신숙 씨 제공]

▶한걸음에 달려와주는 경찰…감사 편지 재구성= 안녕하세요. 저는 종로3가 락희 거리에서 장사하는 강신숙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곳은 연로하신 어르신,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입니다. 가족도 없고 보살필 사람이 없는 알콜 중독자들도 이곳을 많이 옵니다. 저렴한 가격에 형편 어려운 사람들 상대로 장사하려고 이곳에 자리를 잡아 장사한지 5년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오자마자 제가 중국 동포라는 이유로 온갖 욕을 들어야 했습니다.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성희롱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왜 한국에서 와서 이렇게 고생하나 서러운 마음에 눈물만 납니다. 술 취해 중국 여자라고 욕하는 사람들에게는 반항도 못합니다. 뭐라고 말대꾸라도 했다가는 테이블을 엎거나 발로 차버립니다. 여자 둘이서 절대 상대가 안됩니다.

그때마다 나타나 주셔서 도와주는 경찰관님 덕분에 저희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참다 참다 못 버텨 전화를 걸면 경찰관이 5분만에 달려와주십니다.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저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해결이 안 되는 일들이 경찰관들이 와서 “같은 동포인데 이러시면 안되죠”라고 한마디 해주시면 신기하게 취객들이 조용해집니다.

매번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지만 시도 때도 없이 취객들이 나타나 횡포를 부려서 장사를 할 수가 없어서 저희도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힘들어도 경찰관님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아시겠지만 저희 가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어요. 아침 여섯시 반이면문을 여는데 5분이라도 늦으면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어요. 다들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에요. 손님 대부분은 형편이 어려워 외상 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합니다. 돈도 많이 못 벌고 살지만 그래도 제가 지은 밥 먹고 누군가 하루 배불리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 느끼며 삽니다. 이렇게 장사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없으면 저희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습니다. 지나가다 들려주세요. 그동안 따뜻한 청국장 한 그릇도 못 드렸네요.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습니다. 한 평생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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