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Aloe)는 연평균 기온 23도 이상의 더운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비를 충분히 맞아야 잘 자라지만, 땅이 습하면 오히려 뿌리가 썩는다. 모래가 적당히 섞여 물이 잘 빠질 수 있는 흙에서만 초록 잎을 피운다. 잎 가장자리에 돋아난 단단한 가시는 서툰 농부의 손길을 거부한다. 알로에는 지난 수천 년간 그렇게 도도한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열대습윤 기후에서 자란 알로에가 영양분도 풍성
유니베라 제공
알로에는 세계적으로 500개 넘는 종(種)이 있지만 약용과 미용으로 사용되는 건 알로에 베라, 아보레센스, 사포나리아 등 여섯 가지 정도다. 하지만 품종 불문하고 국내에서 자생하기 어렵다. 알로에가 정상적으로 자라려면 23도 이상인 날이 10개월 이상 돼야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알로에를 키우려면 하우스 재배라는 인위적 방식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농산물 품질에는 토지·수질·일조량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국내산 혹은 수입품이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알로에 품질을 따지는 건 적절치 않다.
최상의 알로에 재배지로 손꼽히는 곳은 적도에서 북회귀선 사이에 있는 '알로에 플랜테이션 벨트(Aloe Plantation Belt)' 지역이다. 북회귀선은 북반구에서 열대 기후와 온대 기후를 구분하는 경계선. 주로 열대습윤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중국 하이난과 인도, 인도차이나반도, 멕시코 동남부, 중부 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 등 일조량이 풍부하고 강수량이 많은 사바나 기후에서 건강한 알로에가 자란다. 너른 평원에서 충분한 햇빛을 받고 적당한 비를 맞으며 자란 알로에에는 영양분도 더 많다.
◇알로에 속 '면역다당체', 인체 면역력 높인다
인류가 알로에를 약재로 활용한 건 기원전부터로 추정된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BC 460~BC 377 추정)도 알로에를 약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명의(名醫) 허준은 동의보감에 '노회(蘆薈·알로에즙을 응고한 것)가 열을 내리고 어린아이의 만성 허약증을 치료한다'고 적었다.
의학계가 알로에 속 성분과 효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건 100년이 채 안 됐다. 백합과 식물인 알로에는 99.5%의 수분과 0.5%의 유효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효소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고루 갖췄으며, 장(臟) 건강과 살균·피부 보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새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다. 알로에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겔 층에 다량 함유된 '면역다당체(에이스만난)'가 면역세포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2014년 충북대 약학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알로에에서 추출한 면역다당체를 쥐에 주입한 결과 ▲체내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 활성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비정상 세포를 파괴하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기능 강화 등 다양한 면역 증진 효과를 확인했다.
◇알로에 건강기능식품 살 땐 면역다당체 함량 확인해야
알로에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면역력 강화 기능을 인정한 원료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장기간에 걸쳐 다량의 생초(生草)를 먹어야 한다. 단단한 가시 때문에 가정에서 생초를 조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러 업체가 알로에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알로에 건강기능식품을 고를 땐 면역다당체 함량이 충분한지부터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알로에 다당체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100~420mg이다. 일반적인 알로에 주스는 음료에 가까워 다당체 유효량 면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