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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1~2주가 고비, 20% 떨어지면 실적 악화 → 주가 하락 악순환

[기타] | 발행시간: 2018.02.11일 02:06
한국·미국 등 주가 많이 올라 실물 경제에서 너무 벗어나 있어

트럼프 감세 탓에 재정적자 확대 시장서 연준 긴축정책 강화 우려

뚜렷한 악재가 없는데 시장 요동 위기 징조인지 단정하기 어려워

80년대식 고금리·고주가도 가능 물가 상승으로 기업 이익 늘 수도

암호화폐는 반등 있을 수 있지만 열풍이 가라앉고 있는 게 분명

‘원조 닥터 둠’ 마크 파버의 시장 진단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주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 4조4000억 달러(약 4820조원)가 사라졌다. 갑작스런 반전이다. 실물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인 것도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외환위기 조짐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평온함이 그대로인데 미국 뉴욕 다우지수가 하루 1000포인트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재정적자 예상 밖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설명이 만족스럽지 않다. 서둘러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는 마크 파버 글룸붐둠 발행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이름 앞엔 늘 ‘원조 닥터 둠’ ‘위기 감별사’ 등이 꼭 붙는다. 위기 냄새를 잘 맡는다는 얘기다.

Q : 요즘 왜 주가가 떨어지는가.

A :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한국이나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을 국민총소득(GNI)에 비교해보라. 최고 수준이다. 미국 시가총액은 GNI의 1.5배 이상이다. 한국은 100% 안팎이다.”

Q : GNI 기준 시가총액 비율이 2008년 위기 이전보다 높은가.

A :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2006년 말 미국의 비율은 141%, 한국은 80% 전후였다. 주가 자체가 실물 경제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

Q :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말인가.

A : “취약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아니다. 조건은 무르익고 있었다. 이런 때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Q :  그 방아쇠는 무엇인가.

A : “미국 재정적자 악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때문에 재정적자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최근 미 국채 값이 하락(시장금리 상승)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미국 정부가 추가로 빌려야 할 돈이 1조 달러(약 1080조원) 정도다. 여기엔 지난주 수요일에 의회를 통과한 2년간 연방정부 지출안도 포함된다.

Q : 재정확대는 경기를 부양하지 않을까.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A : “지나치게 대대적인 경기부양이다. 버락 오바마가 2009~2010년 사이 2년간 경기부양에 쓴 돈이 5800억 달러인데, 트럼프의 재정적자는 이보다 더 크다. 시장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Q : 무슨 말인가.

A : “미국 노동시장이 아주 빡빡하다. 임금이 서서히 오르고 있는 와중에 재정적자까지 확대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Fed)이 더욱 긴축할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조정국면에 들어섰다. 최고치에서 10% 떨어졌기 때문이다. 20% 떨어지면 침체장이다. 파버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런 그라면 최근 주가 하락이 무엇을 경고하는지 알 듯했다. 최근 주가 하락이 위기의 징조인지, 아니면 단순 기술적 조정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말하기에 너무 이르다(too early to tell)”는 것이다.

Q : 파버 박사와 지금까지 5차례 이상 인터뷰했는데, 이번처럼 유보적인 답변은 처음이다.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A : “(껄껄 웃으며) 이번은 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 너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주가가 가파르게 다시 튀어 오를 수도 있을 듯하다. 실물 경제 영역에서 뚜렷한 악재가 없는데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Q : 비관적인 전망 때문에 흔들리는 금융시장이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인 요동이란 말인가.

A : “그런 듯하다. 이번엔 금융시장이 먼저 요동치고 난 뒤 실물 경제가 뒤따를 수 있다. 그런 메커니즘은 이미 형성돼 있다.”

Q :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까.

A : “최근 글로벌 기업의 순이익 흐름이 아주 좋다. 물건이 잘 팔린 탓도 있기는 하지만 저금리 효과가 상당했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 실적도 나빠진다. 이게 주가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

Q :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A :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재정적자 악화와 임금상승 →금리 상승→기업 실적 전망 악화→주가 추가 하락 순이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주가가 최고치에서 20% 떨어지면 실제 이런 악순환이 금융시장 안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

Q : 어떤 예외말인가.

A : “1980년대 초 금리가 아주 높았다. 그런데도 주식의 수익률이 아주 좋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컸는데도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해보기 일쑤였다. 국제 원유 시세가 많이 떨어져서다. 금리와 주가, 상품 시세가 규칙적인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Q : 악순환 가능성과 상반된 얘기로 들린다.

A : “그래서 현재 주가 하락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뛰는 금리가 어느 순간 진정될 수도 있다. 또 물가 상승이 기업 순이익을 늘려주는 효과 때문에 주가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떨어져 하락률이 20%에 이르면 긴장해야 한다. 앞으로 한 두 주가 고비일 듯하다.”

파버는 전통적인 투자의 고수들과는 달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지난해 미국 경제매체 CNBC 등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경제정책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돈이 암호화폐로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Q : 요즘 비트코인 값이 많이 떨어졌다. 아직도 암화화폐 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는가.

A : “암호화폐 열풍이 가라앉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일시적인 반등이 있을 수 있다. 암호화폐와 주가가 더 떨어지면 돈은 금 등 귀금속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

Q : 파버 박사는 요즘 어떻게 자금을 배분하고 있는가.

A : “주가가 흔들리고 미국 10년만기 국채 값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미 국채 가운데 만기 1~3년짜리 단기 국채에 내 돈 30% 정도를 투자했다.”

Q :  그나마 기대할 만한 곳은 어느 나라 주식시장일까.

A : “유럽과 한국을 뺀 신흥국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은 상당히 오른 나라 가운데 하나다. 다만, 미국 주가가 20% 정도 떨어지면, 유럽과 신흥국 주가도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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