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리튬이온 배터리 주요 원료인 코발트를 장악한 중국이 배터리 전쟁의 승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코발트 공급량의 54%를 담당하는 최대 코발트 생산지 콩고의 '큰 손' 고객은 중국이다. 중국의 코발트 가공 ·제련 업체들은 그들이 다루고 있는 원광의 94% 가량을 콩고에서 선적 받는다. 코발트 원광 구매자 대부분이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중국인이고, 이들이 코발트를 넘기는 가공 ·제련 업체 대부분도 중국 기업들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코발트 관련 전 공정이 중국인 손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콩고가 전기차 생산을 위한 중요 지역임을 일찌감치 감지했고, 코발트 광산에서부터 배터리 생산에 이르기까지 코발트가 들어가는 전 공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런던 소재 원자재 리서치 업체 CRU 그룹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12년까지만 해도 전체 정제 코발트 화합물의 67%를 생산했지만, 지금 그 비중은 77%로 높아졌다. 조만간 90% 이상으로 비중을 높아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봤다.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생산능력 국가별 비중은 중국 54%, 미국 14%, 독일 9%, 스웨덴 9%, 기타 14% 등으로 중국 주도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코발트 확보에 매진하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빠른 확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코발트 양은 올해 1만1320t에서 2025년 6만2940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제조 기업에 보조금을 퍼붓고 콩고 광산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자국산으로 충당하기 위해서다. 중국 국유기업인 비철금속집단공사(CNMC)는 최근 콩고 국유기업 게카마인과 합작 코발트 광산 개발업체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합작기업 지분율은 중국 51%, 콩고 49%이다.
코발트의 쓰임이 많아지자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코발트 가격은 현재 톤당 8만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 1년 동안 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 타이트한 코발트 공급은 이미 코발트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이 배터리 생산에 더 유리한 입지에 놓일 수 있게 하고 있다. 중국 국가물자비축국(SRB)는 15일간 전세계에 코발트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인 5000t 가량을 비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터리 소재 수요와 가격 급등에 따라 증설 경쟁도 불이 붙으면서 향후 코발트 가격도 진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과거 중국 정부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태양광산업에 돈을 쏟아부은 덕에 시장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공급이 많아지면서 태양전지판 가격이 4만1000달러에서 1만6000달러로 급락했던 2010년의 상황을 상기시켰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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