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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없이 예술적 성취만으로 군림하는 시대 끝났다"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8.02.26일 07:50
“한때 ‘예술적 성과와 작가의 도덕적 평판을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예술적 성취만으로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기는 어렵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전 세계적인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 관련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평했다. 더 이상 ‘디오니소스(술의 신)의 방종’이 너그러이 용납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범죄와 다름없는 일탈을 반복하면서 ‘예술’이라는 미명을 앞세워 실력자로 군림하던 명망가들의 시대가 미투 캠페인을 통해 막을 내리는 한편, 예술과 문화상품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투는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문화를 위시해 정치 교육 등 제반 분야에서 놀라운 변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모델을 성희롱해 전시가 취소된 화가 척 클로스, 종업원을 성추행해 법정에 선 유명 요리사 마이클 키아렐로, 다른 감독의 성폭행을 옹호해 지탄받은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동아일보DB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할리우드 인기 모험영화 ‘메이즈 러너’ 원작자인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대슈너(46)가 이달 초 성폭행 행적이 고발된 직후 메이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세계적 성공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듯했지만 출판사 측은 “현재 집필 중인 책을 포함해 앞으로 대슈너의 어떤 작품도 출간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인기 TV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를 쓴 작가 제이 애셔(43) 역시 성추행 논란으로 어린이책 작가협회에서 제명됐다.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2012년 TV 요리경연 쇼 ‘톱 셰프’에서 우승해 명성을 얻은 요리사 폴 키(38)가 2년 전 여자친구의 턱과 팔을 주먹과 흉기로 상해해 체포된 사실을 재조명했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의 인기 요리사 마이클 키아렐로(56)가 종업원 두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과거사도 아울러 복기했다. 뉴요커는 “이들은 성추행 사건 등이 벌어진 뒤 폐업한 척했다가 같은 자리에 슬그머니 간판만 바꿔 걸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성업하고 있다”며 “스타 셰프들의 식당에 대한 평가에 ‘음식 맛과 서비스 품질’ 외에 새로운 잣대를 얹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국립미술관이 5월로 예정된 유명 초상화 화가 척 클로스(78)의 전시를 전격 취소한 것도 “예술을 예술만으로 볼 수 없다”는 문화적 가치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나의 이미지를 자잘한 격자로 분할한 극사실주의 초상화로 유명한 클로스는 1988년 척추 손상으로 반신이 마비된 후 손에 붓을 묶어 그리는 ‘불굴의 작가’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작업실에서 모델에게 옷을 모두 벗게 겁박한 후 “맛있게 생겼다(look delicious)”라고 희롱한 것이 밝혀지면서 평생 쌓아올린 명예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할리우드의 베테랑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55)는 다른 감독의 성폭행과 관련한 과거 망언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1977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85)에게 성폭행당한 당시 13세의 피해자에 대해 2003년 한 인터뷰에서 “그가 폴란스키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으므로 강간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던 것. 타란티노는 과거 발언을 꼬집는 보도가 이어지자 “악마의 변호인처럼 무례하고 잘못된 언행을 했다”며 뒤늦게 사과했지만 그의 영화가 예전처럼 주목받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예술에서도 ‘에토스(ethos·작가의 도덕성)’에 대한 판단을 ‘파토스(pathos·작품에 담긴 감성)’에 대한 판단보다 우선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문지인 미국 디플로맷은 최근호에 “한국에도 마침내 미투 운동이 상륙해 옳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저스틴 펜도스 동서대 교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전통적 유교 가부장제 관습의 부작용 탓으로 이 나라에서는 성폭력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오랜 세월 억압받았다”며 유명 연극인, 연예인, 대학교수, 공무원들이 과거에 저지른 성폭행으로 줄줄이 고발되고 있는 한국 상황의 각별한 의미를 짚었다.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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