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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구 우리 말과 글을 버리는가?/김관웅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09.09.16일 13:50
제13회중국조선족중소학생글짓기경연대회 페막사

김 관 웅 (연변대학 교수)

수상자 여러 분,

지도교원 여러분,



제13회중국조선족중소학생글짓기경연대회가 성공리에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1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백일장을 생각할 때마다 부호의 동물로서의 인간들에게 있어서 말과 글이 갖고 있는 중요한 기능에 대해 생각하군 합니다.



말과 글 그리고 언어와 력사는 민족을 구성하는 기초입니다.

언어는 민족의 령혼과 생명이고 민족의 력사는 민족의 의식이고 기억이며 민족정신의 근간으로 됩니다. 말과 글 그리고 력사의 작용은 한 민족의 잠재적인 민족의식이 싹 트게 하는 전제적인 조건입니다. 이 량자의 결합은 한 민족의 구성원들이 감정, 목적, 고통, 희망 그리고 문화면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 같은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게 합니다.



특히 공동한 말과 글은 한 민족이 모래알처럼 흩어지지 않고 반석처럼 민족적인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점착제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주체민족인 한족은 방언이 수풀처럼 도처에 가득하여 남북 사이에 서로 말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습니다. 몇 십 년 전 까지만 해도 모두 한족들이기는 했지만 민남 방언으로 연설을 하면 보통화를 하는 사람이 나서서 통역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한족이 어찌하여 세계상에서 가장 큰 민족으로 되었겠습니까? 마치도 눈덩이가 굴면 굴수록 점점 커지듯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13억에 이르는 슈퍼 민족으로 되었습니다. 이렇게 커지는 과정에서 한자(漢子)는 지극히 중요한 문화통일작용을 했습니다. 언어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한자의 일맥상통의 온고한 계승성, 공용성과 민족성은 거대한 응집작용을 갖게 했다고 합니다. 조금도 부풀리지 않고 말해도 한자가 없었다면 한족이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한자가 表意문자가 아니고 表音문자였다고 가정한다고 하면 역시 오늘날 같은 슈퍼 한족이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유럽처럼 몇 십 개 민족으로 분열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와는 반대의 실례로 우리 조선민족과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오래 동안 살아왔던 滿族을 봅시다. 만족은 누르하치의 령도 아래에서 동북지역의 수많은 만족부락들을 강력한 군사력으로 통일했고 누르하치의 자손들은 1644년에 8기군을 이끌어 산해관을 짓쳐나가 북경을 점령하고 전 중국 땅에 군림하여 천하를 호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만족은 작은 수자로 많은 수자의 한족과 기타 민족을 통치하는 3백년 가까운 세월 속에서 점차 자기의 말과 글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런 까닭에 만족은 지금 자기의 민족적 특성을 거지반 상실하였습니다.



이처럼 매개 민족에게 있어서 말과 글은 그 민족의 흥망성쇠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쉐익스피어의 비극 ≪햄리트≫중의 동명 주인공의 말을 빈다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유태민족은 자기의 민족국가 이스라엘을 復國했을 뿐만 아니라 1800년 동안이나 사라져 死語로 되었던 유태민족의 말과 글을 재활시켜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國語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태민족이나 서장의 장족처럼 온고한 종교적 전통이 없는 중국조선족에게 있어서 공동한 언어와 공동한 력사의식은 민족정체성 확보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됩니다. 우리의 언어는 유태인의 종교신앙과 같은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중국조선족 문화건설에 있어서 민족언어를 약화시키려는 그 어떤 발상이나 행동도 모두 직접적으로 우리 민족문화의 존립을 방해하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문화건설에 있어서 말과 글의 기능과 작용을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과분하지 않습니다.



이 면에서 구쏘련의 력사적교훈은 우리의 반면교원으로 되여야 할 것입니다.

쓰딸린은 그루지야인이면서도 그루지야민족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레닌은 쏘베트정권건립 초기부터 각 민족을 평등을 위한 노력을 견지했으나 병으로 알아 누우면서 당내에는 다시 대 로씨야주의가 만연되기 시작했습니다. 쓰딸린은 이런 당내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소수민족이면서 소수민족정책을 집행하지 않고 그루지야문제에서 대로씨야주의의 과오를 범하기까지 하면서 로씨야족 간부들의 환심을 사서 당내의 요직을 틀어쥐게 되였습니다. 1924년 중병에 누워있던 레닌은 대권을 틀어쥔 쓰딸린에게 편지를 보내여 그루지야문제에서의 쓰딸린의 오유적인 립장을 반대하였는데, 이는 후에 많은 력사학가들이 관심을 집중한 이른바 레닌의 “유촉”입니다.

레닌은 자기의 민족도 사랑하지 않는 쓰딸린같이 민족감정도 없는 사람에게 볼쉐비크당의 대권을 맡긴다는 게 아주 위험스럽다고 인정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레닌이 서거하자 짜리로씨야시대로부터 팽창되여 온 대로씨야주의를 배격하고 쏘련 경내의 각 민족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레닌의 시도는 쓰딸린에 의해 외곡되고 변질되여 대로씨야주의가 짜리로씨야 시대보다 더 창궐해지게 되였는데 그 장본인은 비로씨야인인 쓰달린이였습니다. 그루지야인인 쓰딸린은 자기 민족의 언어나 기타 소수민족의 언어에는 아무런 관심도 하지 않고 로씨아어만 중시했습니다. 그리하여 쏘련의 많은 비로씨야족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 가맹공화국들에서마저 단 한명이라도 로씨야족이 회의에 참가하게 되면 절대다수의 회의 참가자들이 로씨야어를 알던 모르던 회의에서는 반드시 로씨야어를 사용하게 되였습니다. 언어문제를 포함한 기타 문제들에서의 대로씨야주의의 불량한 영향으로 말미암아 광범한 비로씨야 민족들의 민족감정은 크게 상했으며 따라서 이는 로씨야족과 비로씨야족간의 민족분렬과 민족투쟁을 야기시켰으며 종당에는 이것이 쏘련이라는 이 국가가 해체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되였던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구쏘련의 반면적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은 비로씨야족이며 소수민족 출신의 쓰딸린이 오히려 대로씨야주의의 립장에 서서 소수민족언어문화를 압살하였다는 점입니다. 우리 중국조선족문화건설에도 이런 현상은 적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민족언어와 문화를 포기하려는 우리민족 내부의 문화투항주의, 문화패배주의가 가장 위험한 요소임을 알아야 합다. 보루는 흔히 내부로부터 허물어지는 법입니다.



문화혁명의 엄혹한 시절에는 타민족들이 우리의 언어문자를 말살하려고 했다면 오늘날에 있어서는 민족언어 취소주의자들은 흔히 타민족이 아니라 바로 우리민족내부에 있고 흔히 우리 자신들이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요즈음 조선족어린이들을 대량적으로 한족학교에 입학시키는 괴상한 현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우리조선족들이 아니고 누구입니까? 우리 조선족 부모들과 어른들이 아니고 누구입니까? 그래 한족이고 만족이고 회족이란 말입니까?



당과 정부에서 우리들에게 부여한 민족문화 향유의 권리를 자동적으로 포기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들이 아니고 누구란 말입니까? 우리는 이제부터는 자기의 권리마저 포기하려드는 얼빠진 짓을 그만 두어야 할 것입니다.



문화다원주의는 지금 이 시대의 세계적인 흐름이고 시대정신입니다. 이 면에서 우리는 “문화다원주의”를 일찍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을 한번쯤은 건너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쏘련과는 달리 이 면에서 우리가 적극 따라 배워야 할 나라는 카나다라고 생각한다. 카나다에서는 “다원문화주의”정책을 실시하여 여러 민족들이 화목하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다원문화주의”는 실제상에서는 카나다의 확대된 민족정책으로서 실제상에서는 과거의 “문화일원주의”정책(카나다의 각 민족을 영국계의 주민들의 문화에 동화시키려는 것임)으로 부터 지금의 문화의 다원화를 승인하는 데로 나아간 것입니다. 즉 카나다에서의 다민족 존재의 현실을 승인하는 것입니다. 카나다의 각 민족은 카나다를 공동이 건설함과 동시에 각 민족들이 자기의 언어문자, 생활방식, 풍속습관, 종교신앙을 보존하고 발전시킴과 아울러 각 민족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킴으로서 각 민족이 카나다의 국가건설에 적극 참여하도록 흡인하는 정책이 바로 “다원문화주의”의 본질입니다.



우리 중국에서도 사실은 카나다의 이런 “다원문화주의”에 가까운 민족정책을 실시해오고 있지만 가끔 가다가 민족평등의 하모니가 깨지고 불협화음이 새여나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오로지 민족평등에 입각한 당의 올바른 민족정책을 확고부동하게 견지하고 수호해야만 각 민족의 실질적인 평등과 각 민족문화의 공동한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며 조화로운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변조선족문화발전추진회가 10년 이상 추진해오고 있는 중소학교의 백일장은 바로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면서도 자기의 말과 글을 지키려는 우리 중국조선족의 념원과 의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연변을 중심으로 한 조선족 중소학교는 중국조선족의 민족문화의 미래를 떠메고나갈 기둥감들을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입니다. 약 보름 전 중국 CCTV에서는 연변의 조선족중소학교들에서 중국조선족의 력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말과 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문화와 역사도 가르치고 있음을 중앙 매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도를 한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보도였습니다.



이 백일장이 앞으로도 10년 20년, 30년 계속 이어질 때 중국에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우리의 력사교육을 포함한 조선족중소학교 교육은 탈이 없이 건재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중소학교 교육이 건재하게 되면 우리 중국조선족의 문화도 건재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여러 수상자들과 지도교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이번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쓰신 여러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09년 9월 8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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