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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접대男` 잡은 얼짱女, 형사 때려치더니…

[기타] | 발행시간: 2012.07.24일 19:17
형사기동대출신 동양생명 보험사기조사팀 지경순 수석

"보험금 못타먹으면 바보라고요? 반드시 잡힙니다"

"못타 먹으면 바보라고 생각해요. 죄의식도 없고 오히려 억울하다고 여기죠" 결연한 표정의 그는 이 때다 싶었는지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바로 보험사기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 유일의 여자 경찰 출신인 동양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UI) 지경순 수석(52)은 보험사기 조사에 대해선 촉이 남다르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불법으로 대형 호스트바 운영하는 일당을 추적해 검거한 이력은 그의 조사망에 걸려들면 반드시 덜미가 잡힌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험사기에 심지어 교사도"

지 수석은 보험사기범들이 공통점으로 `죄의식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보험료 다 내고 보장을 못 받으면 억울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이 정도는 타먹어도 되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정당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결국 욕심이 화를 불러 보험사기를 저질러요. 지난해 태백에서 발생한 140억대 보험사기범 인터뷰에서 `보험금 못타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그는 보험사기에 심지어 현직 교사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 대상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지 수석이 직접 밝혀낸 보험사기를 들어봤다.

지난 2009년 전남 순천에서 가족, 친척, 사돈 등 가피(가해자·피해자)가 연계된 10억여 원의 보험사기가 발생했다. 이중에는 무속인을 비롯해 초등학교 교사 3명도 연루됐다.

전직 보험설계사인 A씨와 B씨는 사돈지간으로 양측의 가족 등 총 19명을 피보험자로 다수의 생명 및 손해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이후 고의로 교통사고 등을 유발한 후 허위 입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276회에 걸쳐 10억여 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특히 교사 3명은 가족 보험사기로 적발됐는데 이들은 보도블록에서 고의도 넘어져 다친 후 입원해 보험금으로 단 한건에 1300여만 원을 타내는 등 매번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 타낸 보험금으로는 학교 출퇴근용 차량을 구입하기도 했는데 지 수석은 이점을 포착해 조사에 들어갔고 경찰과 공조해 결국 보험사기를 밝혀냈다.

무속인의 경우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지 수석은 기초생활수급가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후 조사한 결과 전직 보험설계사가 연계됐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가피가 공모해 차동차 사고를 내고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한 것을 적발해 냈다.

지 수석은 "보험사기도 알아야 친다"며 "보험사기는 전·현직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계 종사자들이 관련된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방법을 이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52억 규모 보험사기 적발…"아픈 기억도"

그는 보험사기조사관으로 첫발을 내딛은 2006년 52억여 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적발한 기억을 더듬으면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첫 밝혀낸 보험사기이기도 하지만 10년간 같이 해오다 죽은 반려견이 문득 떠올라서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4월 정육점 주인 C씨가 운전 중 경기도 외곽 절벽에서 추락해 청각 1급 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보험사에 52억여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C씨가 단기간에 여러 보험사의 보험에 집중 가입한 사실을 확인한 지 수석은 형사시절 가졌던 남다른 감으로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다. 이후 두 달간 현지 생활에 들어갔다.

조사를 위해 우선 동네 사람들과 친해졌다. 보다 많은 피해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느 동네 사람처럼 생활하며 지냈다. 특히 미혼인 탓에 외로움이 있었고 당시 키우던 강아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데리고 다녔다.

당시 지 수석은 C씨의 청각 1급 장애 거짓말을 밝히려고 C씨의 이름을 갑자기 불러보기도 하고 C씨를 비롯해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기혐의를 밝히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C씨의 과욕이 보험사기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만들었다.

"C씨가 교통사고를 낸 다음에 보험을 더 들려고 했어요. 이미 있는 들어있는 보험으로 보험금을 20억여 원이나 탈 수 있었는데 욕심이 생긴 것이죠. 이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식의 홈쇼핑 보험 상품이 많았어요. 이 보험에 가입하려고 C씨 아내가 대신 전화를 했는데 통화하던 중 C씨를 바꿔주다가 상품 설명이 끝나고 보험사에서 `이것이 맞습니까`라고 물었는데 마침 C씨가 `예`라고 대답해 덜미를 잡혔죠. 청각장애인이면 소리를 못 듣잖아요"

지 수석은 이번 보험사기를 언급하면서 10년간 같이 해왔고 또한 사건 조사 과정에서 2달간 함께 생활했던 강아지(요크셔테리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앞서 언급한 교사가 연루된 10억여 원의 보험사기 해결 과정에서 강아지를 위탁할 곳이 마땅치 않아 주변 공업소에 잠시 맡겼는데 다른 개에 물려 죽는 일이 발생했던 것.

"강아지는 10년 키웠어요. 미혼이라 늘 혼자고 외로워서 키우게 됐죠. 가족과도 같았어요. 어쩌다 동네 개에 물려 죽었죠. 그것도 모르고 4시간 가량을 찾아 헤매다 지칠 쯤에 발견했는데 붕대에 감겨 있더라고요. 개가 물어 개 주인이 미안하니 붕대만 감아 놓고 간 것 같은데 전화라도 줬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 너무 늦었죠"

이 일로 지 수석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심지어 주변에선 자살까지 우려했다.

"2009년 6월 10년 키운 강아지를 보내고 보험사기 조사를 했던 전남 보성을 돌아 다녔어요. 그간 현지 생활을 하면서 강아지와 함께 많은 고생도 했었고 추억도 있었지요. 한참을 걷다가 보성 불광사에 발길이 닿았고 스님에게 부탁에 강아지를 묻어달라고 부탁했죠. 당시 강아지가 죽은 것 때문에 제가 자살이라도 할까봐 주변에선 걱정이 많았었어요. 좀 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남아요"

◆보험사기 조사는 천직… "경각심 높이고 싶다"

지 수석은 이런 아픔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이제는 다시 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그는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반드시 찾아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사기 조사의 어려움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경찰시절에는 신분 자체가 저를 지켜줬죠. 범죄자가 경찰을 보면 우선 도망가고 보잖아요. 마찬가지로 잠복수사를 하다가 신분이 노출 되도 신분상 경찰이라는 점이 저를 보호해줘요. 하지만 보험사기 조사는 달라요"

지 수석은 경찰 신분이 아닌 민영보험사 소속으로 잠복조사 등으로 신분이 노출되면 큰 문제에 처한다고 했다.

"민영 보험은 사조직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초상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죠. 절대 들키면 안 되죠. 그래서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들키면 조사자체를 못하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봐요. 초상권 침해 문제까지 감수하고 보험사기 조사에 뛰어드는 것은 공익적인 목적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만약 보험사기 조사 중 신분이 노출되면 신분에 위협을 가하는 피해자들도 많아요. 경찰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는 이 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리고 대한민국 여경들의 고충도 전했다.

"이 분야에서는 여경 출신들이 많이 필요해요. 경찰업무에 대한 이해가 많아 요구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여성들이 일하기 힘든 환경이에요. 보험사기 조사를 하다보면 지방근무가 잦고 주말근무도 많아 결혼한 여경의 경우 육아, 가족 등의 문제로 이 일을 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미혼인 경우도 많죠. 만삭 의사부인 살인사건 아시죠? 현직에 제 친구인 박미옥 경감(강남서 강력반 계장)이 있는데 이친구도 미혼이죠. 경찰일의 특성상…"

끝으로 지 수석은 적지 않은 나이에 미혼이라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도 넌지시 말했다.

"건강하고 진솔한 분이라면 누구라도 좋아요. 대화가 잘 통화는 분이면 더욱 좋죠. 경제적인 것은 제가 벌고 있으니 크게 따지고 싶지는 않아요"

She is...

지경순 수석은 1961년생으로 한양여고, 상명사대를 졸업했다. 1980년 4월 순경으로 임용돼 경찰에 첫 발을 내딛은 후 태권도 공인 5단 이력 등으로 여자형사기동대 창립멤버로 꼽혔다. 현재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인사의 경호를 비롯해 전두한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경호 등도 수행한 바 있으며 1994년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경찰에서 퇴직했다. 이후 지인의 권유로 2006년 7월 동양생명에 입사에 보험사기 특별 조사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험범죄방지유공자 경찰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일경제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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