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혼다·닛산 약진…비상걸린 현대차
"일본 신차가 나오면 무조건 잘 팔린다. 현지에 공장을 세워 미국인들을 고용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답이다."(제리 프록터ㆍ미국닛산 딜러)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곳은 일본 차가 절대 강세다. 현대차는 '쏘나타'만 빼고 알려진 게 없다."(찰스 웨이스ㆍA리무진버스 사장) 지난 5일 미국 내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는 일본 차 브랜드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TV만 켜면 일본 차 광고가 나올 정도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사무라이 삼총사'의 미국 공략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들은 최근 여름 휴가철을 맞아 미국에서 각종 금융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닛산의 신형 알티마는 미국 데뷔 한 달 만인 지난달 2만6602대가 팔려 나갔다. 차종이 다양한 미국 시장에서 2만대 판매는 해당 모델의 성공을 뜻한다.
혼다도 오는 10월 중형 세단 어코드의 미국 진출 30주년을 앞두고 영화 형태로 만든 TV 광고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어코드는 1976년 출시 이후 미국 등 160여 개국에서 1800만대 이상 판매된 월드 베스트셀링카다.
현대ㆍ기아차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혼다는 지난달 11만6944대를 팔며 미국 시장에서 5위로 올라섰다. 혼다의 점유율은 지난해 7월 7.6%에서 지난달 10.1%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ㆍ기아차는 9.5%로 6위에 그쳤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1면에 닛산 등 일본 차의 미국 내 인기를 다루면서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차를 팔려면 이곳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데 일본 기업들은 이를 충실히 따랐고 앞으로도 이들은 미국 공장 증설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과 대지진 여파로 빼앗긴 점유율을 최근 대부분 되찾은 가운데 닛산 혼다 등도 과거의 영광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성능을 검증받은 일본 차가 최근 파격적인 금융조건을 내세워 차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며 "이와 반대로 제값 받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당분간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글로벌 메이커들 경쟁이 치열한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한국 차로 명함을 내미는 차는 '쏘나타'다. 최근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달 2만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미국 공략에 박차를 가한 일본 브랜드들은 올해 하반기 현대ㆍ기아차의 안방을 정조준하고 있다.
도요타는 고급 세단 LS와 SUV(다목적차량) 벤자를 들여올 계획이다. 닛산과 혼다는 미국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중형 세단 뉴 알티마와 신형 어코드를 각각 국내에 선보인다.
이들 중 알티마와 어코드는 현대차 그랜저를 노리고 있다. 그랜저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현대차는 일본 차 공세까지 예고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3월 8019대가 팔렸던 그랜저는 지난달 6788대에 그쳤다.
그랜저와 경쟁할 닛산의 신형 알티마는 내ㆍ외관을 모두 바꾼 풀체인지 모델이다.
파워트레인(엔진ㆍ변속기)은 V6엔진을 탑재한 3.5ℓ 모델과 직렬 4기통 엔진의 2.5ℓ 모델 두 가지에 업그레이드된 무단변속기(CVT)가 장착된다. 닛산이 자랑하는 CVT는 변속에 따른 충격이 없고 엔진과 최적의 궁합을 자랑한다.
[팔로알토(미국) =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