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타악기)과 염주는 일본 도쿄의 승려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용품일 게다. 하지만 ‘칵테일 셰이커(술을 혼합하는 용기)’와 ‘아이스 픽(얼음 깨는 송곳)’은 아니다.
그런데 도쿄 중심가에서 인기 있는 바(bar·술집)를 운영하는 후지오카 요시노부 스님(36)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요시노부 스님은 23석을 갖춘 ‘바우즈(Vowz) 바’에서 매일 고객을 접대한다. 이곳은 종종 ‘영혼정화주(酒)’를 찾는 단골손님들로 꽉 찬다.
[우라이 노리코 / 사업가(42·여)]
“매일 제 마음은 속세에서 묻은 때로 얼룩져요. 이곳의 술로 제 마음을 다시 정화하고 즐기기 위해 여길 와요.”
고객들은 이곳에서 ‘완전한 행복(Perfect Bliss)’부터 ‘무한한 지옥(Infinite Hell)’까지 다양한 ‘영적인 맛’의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어쩌면 한 잔에 800엔(약 9400원)인 ‘사랑과 욕정의 노예(Enslavery to Love and Lust)’에 반할지도 모른다.
삭발한 젊은 바텐더들의 설교와 훈계는 무료로 제공된다.
[야마모토 미도리 / 프랑스 문학 전공 대학원생(45·여)]
“잘생긴 매니저를 보려고 이곳을 자주 찾는 젊은 여성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아니에요. 저는 불교의 전문가인 요시노부 스님으로부터 불교 관련 지식을 얻고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와요.”
바에는 가라오케 대신 고객들이 읊조리는 불경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바우즈 바를 13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요시노부 스님은 자신의 바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게 현대화된 장소이긴 해도 사실상 오랜 전통의 회귀라고 말한다.
[후지오카 요시노부 / 스님·바우즈 바 사장]
“절에서 술을 마시는 건 고대 무로마치시대(1357-1573)에 흔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불교 사찰에 모여 함께 술을 마시곤 했죠. 우리는 그 전통을 현시대에 맞게 개선한 것뿐입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불교적 믿음과 깨우침을 돌아보는 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낮에는 도쿄 변두리의 한 불교 사찰에서 수행하는 요시노부 스님은 절보다 바에 있을 때 신자들과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후지오카 요시노부 / 스님·바우즈 바 사장]
“신자들은 이곳에서 확연히 달라져요. 신자들과 저는 이곳에서 훨씬 더 가까워지고 신자들끼리도 더 친밀해져요.”
서기 6세기에 일본에 도입된 불교는 조상과 자연을 섬기는 일본 고유의 종교인 신도(神道)와 함께 일본의 최대 종교이다.
두 종교의 지도자들이 종교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를 질타하기는 해도 2006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 약 1억9600만 명이 스스로를 신도와 불교를 둘 다 믿는 신자라고 여긴다.
로이터·동아닷컴 특약=김수경 동아닷컴 기자 cvg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