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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봉투까지 갖고 달리는 광역버스 기사들

[기타] | 발행시간: 2013.04.15일 03:35
■ 사당~ 수원역 7770번 운행 실태 살펴보니

"배차 간격 고작 3분 화장실 갈 짬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과속운전" 노조 5개월째 농성

열악한 상황 드러났지만… 사측 "조사 타당성 의문"

지난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동작구 사당역 4번 출구 광역버스 종점. 경진여객 7770번 버스 운전석에 앉은 김찬수(45ㆍ가명)씨 어깨는 힘 없이 축 쳐져 있었다. 김씨는 핸들을 돌리면서 "눈이 침침하고 죽을 맛"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4시 20분 첫 차를 몰고 나온 뒤 15시간째 내리 운전 중이었다. 오후 4시 뭇국으로 허겁지겁 저녁을 해결할 때가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

↑ 지난 11일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4번출구 광역버스 종점에서 승객들이 줄지어 경진여객 7770번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이회사 버스 노조원들은"살인적인 배차시간 조정"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5개월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배차가 3분 간격이라 화장실 갈 짬도 없다. 종점에서 차 돌릴 때 비닐봉지에 소변을 본 뒤 주변에 버리곤 한다."이렇게 내뱉으며 김씨는 검은 비닐봉지 다발을 꺼내 보였다.

김씨는 사당역과 수원역 간 약 27㎞를 하루에 9번 왕복한다. 출퇴근 때 이 구간을 운영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100분. 이 빡빡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김씨는 과속운전을 택했다. 최고속도가 시속 90㎞인 의왕-과천간 고속화도로를 시속 110㎞로 내달리고 주황생 신호등은 좌우 살필 겨를도 없이 통과한다.

김씨를 비롯해 이 회사의 노조원 50여 명은 지난해 11월부터 경기 수원시 경진여객 앞에서 "살인적인 배차시간 조정"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복직 투쟁 중인 박유성(47)씨는 "배차 간격을 30초만 늘려도 전체 운행시간이 10~15분 늘어나지만 사측이 그걸 하지 않아 기사들이 어쩔 수 없이 과속을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의 경영효율화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노선 허가 시 7770번은 35대를 운행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운행버스는 20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측은 "35대가 정상 운행되고 출퇴근 시간에는 예비차까지 돌린다"고 밝혔지만 노조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 대수는 20대로 줄였는데 운행횟수를 맞추려다 보니 기사들 배차 간격이 좁아져 새벽까지 운전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회사와 비교해도 경진여객 기사들의 근무강도는 세다. 같은 지역 S여객은 버스 배차간격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면서 월급은 280만원 정도로 경진여객보다 30만원 많다. Y고속의 경우 1회 운행 뒤 10~20분 휴식시간을 주기도 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지난달 경진여객 기사 17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에서도 열악한 근무실태가 확인됐다.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운전시간은 하루 평균 16시간이었고 17명 중 12명은 허리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우울증 진단용 CES-D검사를 받은 14명 중 8명이 우울 증상을 보였고, 6명은 정밀 상담 및 진찰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진여객 측은 "400여 명중 단지 17명을 조사해 타당성이 있는 지 의문"이라며 "근무시간이 길다는 것도 일부 기사들만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광역버스 기사의 열악한 현실은 준공영제가 시행 중인 서울 등 6대 광역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두루 나타난다. 경기 평택시의 S운수에서 근무 중인 한 버스기사는 "국도로 평택에서 안양까지 편도 37㎞를 달리며 정류장 67개를 거쳐야 하는데 할당된 시간은 1시간 남짓"이라며 "마음은 바쁘고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가 쌓여 사고를 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버스 교통사고 증가와 난폭 운전은 짧은 배차시간과 관련이 깊다"며 "지자체들이 운행시간 조사 등을 통해 관할 운수업체의 배차시간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한국일보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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