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자외선이나 방사선에 의한 DNA 손상부위를 형광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DNA 손상으로 발생하는 피부암 등 여러 질병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조규봉 교수 연구팀은 폭이 2nm에 불과한 DNA 사슬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손상된 부위를 형광으로 표지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단일 DNA 분자수준에서의 미세한 손상을 잡아내고 손상 DNA 부위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되면 DNA 사슬이 절단되는데, 기존의 전기영동 방법 등으로는 절단여부만을 알 수 있고 절단부위는 알기 어려웠다. 전기영동이란 전압이 걸린 다공성 젤에서 DNA 분자를 이동시켜 작을수록 빨리 이동하는 특성을 이용해 DNA 크기 차이를 파악하는 분자생물학 기법을 말한다.
연구팀은 DNA 손상부위에 DNA 사슬을 구성하는 뉴클레오티드를 중합(重合)시켜 끊어진 사슬을 다시 이어주는 DNA 중합효소를 이용했다. 다만 뉴클레오티드에 형광물질 꼬리를 달아 DNA 중합효소가 일하고 있는 손상부위가 빛나도록 한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바이러스의 몸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유전자는 자외선 손상에 비교적 강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오존층이 없어 자외선 노출이 많았던 초기단계의 바이러스가 자외선 손상에 강한 염기서열만을 채택함으로써 생존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조 교수는 "자외선이나 방사선 등에 의한 DNA 손상을 단일 분자수준에서 확인해 DNA 손상에 의한 질병의 원인 규명 및 피부암 등의 질병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진용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핵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영국화학회 발간 학술지(Chemical Communications)의 25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