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칼럼 > 칼럼
  • 작게
  • 원본
  • 크게

한국 생활 10년을 마감하며/왕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3.06.09일 09:23
왕설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뤄양외국어대에서 한국어 전공. 성균관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10년. 강산이 한 번 바뀌었을 시간이다. 이제 마감할 때가 다가왔다. 정든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의 새 삶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이 칼럼도 이번이 마지막일 듯싶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다. 원하는 대학원에 순조롭게 진학해 졸업했고, 좋은 직장을 얻어 회사 생활도 경험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지난해 아이 엄마가 되기도 했다.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무거운 짐을 들고 처음 한국에 도착한 나를 공짜로 청주공항에서 대전 배재대까지 데려다 주신 공항버스 아저씨, 돈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는 나에게 과외비를 선불로 선뜻 내 주신 이대 앞 부동산 아저씨, 알바 끝난 새벽에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신 친절한 홍대 앞 선배도 그립다. 염리동의 월셋집 주인은 집값 대신 아이들한테 중국어를 가르쳐 달라 했고, 성균관대 마 교수님은 학과 장학금을 따로 마련해 주시기도 했다. 어려울 때마다 천사처럼 내 앞에 나타나 도와주신 이분들 덕분에 낯선 한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한국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내가 만난 한국인들은 모두 교양 있고, 활기찼고, 또 따뜻했다.

한국에서 많은 것에 놀랐다. 전국 어디를 가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일상 생활은 편리했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환경 보호 의식에 놀라기도 했다. 매표소 앞, 전철이나 버스 타는 곳, 관광지 등에서 줄을 서는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노약자한테 자리 양보하는 것, 생활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것, 사람을 만날 때 허리 굽히며 인사하는 것 등도 중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일이다.


한국인의 가장 큰 강점은 부지런함과 섬세함인 것 같다. 한국에서 자주 듣던 말이 ‘빨리빨리’였다. 내 생각엔 성격이 급한 게아니라 빨리 끝내고 다른 일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내가 만난 한국사람 중 ‘귀찮다. 집에서 쉬겠다’라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회사를 다닌 지 6년이 넘었지만 해마다 정기휴가를 다 쓴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바쁜 회사 생활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새벽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강연장과 학원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섬세하다. 한국 친구들은 과정을 중시하고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챙긴다. 이 같은 성향이 스마트폰·스마트TV 등 첨단 제품을 낳았으리라.

아쉬운 면도 있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대방을 가려 대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중국인을 대할 때 중국 고유의 몐쯔(面子·체면)에 신경 써 줬으면 한다. 중국에서는 상대방 체면을 존중해 줘야 관계도 좋아진다. 중국에 ‘혐한류(嫌韓流·한류 혐오)’ 분위기가 있다. 그 분위기를 만든 주역이 바로 한국에서 공부한 중국 유학생들이다. 그들은 한국인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했기에 한국을 비난한다.

보람도 컸다. 한국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한·중 관계 증진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한다. 만났던 사람들에게 중국의 문화와 지식을 전해주려고 노력했다. 여러 국제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노력도 했다.

지난 10년, 그래도 가장 잘한 일은 한국인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은 것이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지난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라 더 즐거웠다. 동료들은 이 아이가 수교 20주년에 태어난 것은 한·중 우호를 의미한다고 했다. 양국 협력을 넓혀간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우려 한다. 올 때는 혈혈단신이었지만 돌아갈 때는 가족 2명이 더 생겼으니, 나의 한국 생활은 성공한 것이리라.

좋은 추억만 갖고 돌아가려 한다. 분주하게 일터로 뛰어가는 종각역 직장인들, 붉은색 옷을 입고 시청 앞 광장으로 몰려들던 축구팬들, 퇴근길에 잠깐 들러 하루 스트레스를 풀던 포장마차…. 벌써 그리워지는 풍경이다.

중앙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0%
10대 0%
20대 0%
30대 20%
40대 20%
50대 10%
60대 0%
70대 10%
여성 40%
10대 0%
20대 10%
30대 20%
40대 1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1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한국 입국할 때는 혈혈단신이었지만 귀국할 때는 가족 2명이 더 생겼으니, 나의 한국 생활은 성공한 것이리라.
축하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답글 (0)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사진=나남뉴스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국과수에서 음주 소견을 받았음에도 무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김호중이 접촉사고를 일으키기 전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먼저 지난 17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길림화학섬유 년간 5만톤 신형인조견사 프로젝트 가동

길림화학섬유 년간 5만톤 신형인조견사 프로젝트 가동

5월 17일, 길림화학섬유 년간 5만톤 생산량 바이오매스(生物质) 신형인조견사 프로젝트가 정식 가동되였다. 이 프로젝트는 35억원을 투자하여 36만평방메터의 부지에 원액플랜트 1개, 방적플랜트 3개, 산성플랜트 3개, 화학수플랜트 3개를 2단계로 나누어 건설할 계획

“600샷 때렸더니 얼굴 부어” 송지효 시술 고백

“600샷 때렸더니 얼굴 부어” 송지효 시술 고백

배우 송지효(나남뉴스) 배우 송지효(43)가 방송에서 레이저 시술을 고백했다. 송지효는 지난 5월 19일(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부은 얼굴로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제작진은 ‘런닝맨’이 가장 영향력 있는 TV 예능 프로그

“유애나의 사랑 담아” 아이유 생일 맞아 2억 기부

“유애나의 사랑 담아” 아이유 생일 맞아 2억 기부

가수겸 배우 아이유(나남뉴스) 가수겸 배우 아이유(31)가 지난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사회 취약 계층에 기부하면서 훈훈함을 주고 있다. 아이유는 최근 대한사회복지회를 비롯해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사랑의 달팽이 등 복지시설에 총 2억 원을 기부했다. 특히 아이유는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