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은 28도’, ‘국회의원 사무실은 18도.’
최근 30도를 오르내리는 붙볕 더위 속에서도 전력난 때문에 대통령조차 에어컨을 안 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의원실 중에는 개별 에어컨을 빵빵하게 가동하면서 ‘추운 여름’을 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1일 오후. 공공기관 냉방온도 규제에 따라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국회 회의실에서는 법안을 검토하는 의원들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무더기로 가동 중단돼 최악의 여름철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회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고통분담을 하겠다며 국회 청사 내 사무실의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냉방기 가동시간도 오전과 오후 각각 1시간씩 단축하고 있다.
또한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달 초부터 본회의에 출석하는 국무위원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는 ‘노타이’ 본회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지금 청와대는 28도 이상일 때만 냉방기를 가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머무는 의원회관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일부 의원실이 중앙 냉방에 더해 ‘은밀하게’ 개별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틀고 있었다.
이들 의원실은 절전 등을 이유로 의원실 문을 닫겠다는 공지문을 붙였지만, 실상은 에어컨 가동이 때문인 곳도 있었다. K, H 의원실 등 3∼4곳은 이동식 에어컨을 들여놓거나, 아예 중대형급 에어컨을 틀어놓기도 했다.
신형 에어컨의 경우 실외기가 소형화돼 있어 에어컨 가동에 문제가 없다면서 전기세도 국회측에서 내준다고 의원실 관계자는 귀띔해 주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