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이 아시아나기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조종사의 경험 미숙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애국주의적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사고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언론들은 이번 사고가 조종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사실상 단정하는 보도 태도를 취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8일 CNN은 아시아나기 착륙사고를 초별로 그래픽으로 재구성해 매시간마다 자세하게 보도했다. 특히 CNN은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여객기를 조종했던 이강국 기장은 사고 기종인 B777을 9차례, 43시간밖에 운항하지 않았다”면서 조종 과실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한국의 국토교통부 등이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조종사 과실이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조사당국에서는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면서 “조종사 과실에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 제목을 ‘경험이 거의 없는 아시아나 기장’으로 뽑았다.
뉴욕타임스(NYT)도 ‘아시아나 214편 조종사의 B777 경험 부족’이라는 제목으로 “샌프란시스코항공에는 첫 번째 비행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항공기 사고에서는 돌발적으로 기체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번 사고에서 샌프란시스코공항은 고도를 알려주는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 나 있었지만 미국 언론들은 별다른 문제로 삼지 않고 있다. 사고 다음 날 NYT는 글라이드 슬로프 고장 문제는 시계가 확보된 상황에서 사고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한때 “아시아인은 운전을 못하듯 비행도 못한다”며 인종차별적 발언들이 퍼지기도 했다.
한편 NYT는 8일 ‘테러 온 제트’(Terror on Jet) 제목의 기사에서 탑승객 벤자민 레비(39)의 발언을 인용, “여행을 많이 다녀 봐서 이 정도 높이면 활주로에 착륙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창문을 내다봤을 땐 바다 위였고 물이 튕겨 올랐다”면서 “기체가 땅에 닿기 전에 항공기 창문 밖으로 물기둥이 보였다”고 전했다. 그의 발언은 조종사의 조종 미숙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체 꼬리가 물에 근접했을 경우 항공기의 속도가 급속하게 감속됐을 가능성도 시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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