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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모자란 인간이 일본 헌법 손대선 안돼”

[기타] | 발행시간: 2013.07.19일 20:05
[한겨레] ‘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감독

아베 총리 군대보유 추진 비판

“생각이 모자라는 인간이 헌법 같은 데 손대게 해서는 안 된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승리가 예상되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 미야자키 하야오(72·사진) 감독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과 헌법 개정 추진 움직임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전세계에 환경·생명 문제에 대한 공명을 일으켜온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자신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가 매달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 7월호에 ‘헌법 개정 등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글을 실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글에서 “헌법 개정에 결연히 반대한다.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다. 정부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참의원 선거 뒤 일본의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헌에 나설 의도를 가진 아베 정권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는 특히 아베 정권이 개헌 요건을 규정한 헌법 96조 개정을 먼저 추진하려 하는 데 대해 “96조를 먼저 개정하는 것은 사기”라고 잘라 말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또 헌법 개정론자들이 결국 “전쟁 전의 일본은 나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라며 “일본은 나빴다”고 못을 박는다. 그는 “위안부 문제도 각 민족의 자긍심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히 사죄하고 제대로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기본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기본적으로’가 뭔 말이냐. 사실은 전부 부정하고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1941년생인 그는 이 글에서 전쟁과 관계없이 비행기 부품 군수공장과 댄스홀로 돈을 벌던 아버지의 이야기 등을 회고하며 전쟁 시기 일본인들 인식의 단면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자신 또한 “좀더 일찍 태어났다면 군국소년이 되었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헌법 9조에 관한 다카하타 이사오(<반딧불의 묘>) 감독 등의 글도 함께 실린 이번 <열풍>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은 뜨겁다. 10일부터 전국 서점에 배포된 이 잡지는 5000부가 곧 매진됐고 스튜디오 지브리 출판부에 구입 문의가 빗발쳤다고 <도쿄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18일부터 누리집(www.ghibli.jp)에서 전문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권자들이 21일 선거 전에 읽어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번 특집을 제작한 이유에 대해선 “(헌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최대의 문제는 국민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 이후 일본의 방향성을 결정할 이 문제에 대해 주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야자키 감독은 20일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전투기였던 제로센 개발자의 이야기를 담은 5년 만의 신작 <바람이 분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둘러싼 역사 논쟁에 대한 반론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승리하면, 헌법 개정 작업과 자위대의 해외 활동 증가, 교과서 개정 등 보수적 정책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전쟁 말기 모습을 기억하고 1960년대 전공투 세대로 살아왔던 노감독은, 이런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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