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22일 최종 확인될 경우 정치권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한 새누리당 열람위원은 정상회담을 전후해 청와대에서 열렸던 내부 회의록 2건도 실종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위원은 이 문서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물인 대화록의 폐기 또는 유실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NLL 포기 발언’ 논란이 ‘사초(史草) 게이트’로 본격 비화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벌써부터 여야 지도부는 대화록 원본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해 전략 숙의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에서 이명박정부로 대화록을 넘기지 않은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사초 게이트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최종열람 시한인 22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사초가 없어진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2일 대화록 부재(不在) 결론이 내려진 후 공세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노무현정부에서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바뀌던 2008년 초 ‘청와대 자료유출’ 논란 등 대화록 실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할 공산이 크다. 최 원내대표는 “여야가 최종적으로 없는 것으로 결론내릴 경우 그 경위와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화록 원본 열람 문제를 처음 제기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최종 책임자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가정보원의 자의적인 대화록 전문 공개를 비판하며 원본 열람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은 ‘실종’이 확정되면 일단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일각에선 대화록 원본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의원들이 ‘대화록을 100% 넘겼다’고 말하는 등 지나치게 원본 열람을 낙관했던 것에 대한 우려감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국가기록원 원본 열람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문재인 의원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문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대여 공세의 선봉을 자임하며 대화록 원본과 녹취자료 등을 전면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려지면 문 의원의 주장은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대화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된다면 정반대 상황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노무현정부 대화록 폐기’ 주장은 무차별적 정치공세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노무현정부의 이관 목록에 대화록이 없었다’는 국가기록원의 주장도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공산이 크다.
김재중 유동근 기자 jjkim@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