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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시름 깊어지는 '쪽방촌 여름나기'

[기타] | 발행시간: 2013.07.24일 19:59
긴 장마에… 비는 새고 무더위 고통에 일감까지 끊겨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뒤편에 위치한 ‘안동네’. 취재진이 찾아간 기초생활수급자 정모(82)씨의 집은 곰팡이로 가득했다. 오락가락하는 장맛비에 방안 벽지까지 빗물이 스며들어 비좁은 방은 전체가 눅눅하게 젖어있었다. 습기를 못 이겨 떨어진 벽지는 흉측하게 너덜거렸고 거뭇하게 썩은 장판을 들추자 악취가 진동했다. 열기와 습기가 뒤엉켜 숨이 턱 막히고 매캐한 냄새는 방을 가득 메웠다. 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정씨는 “비가 오지 않으면 공원에라도 나가는데 장마 때는 정말 힘들다”면서 “선풍기를 틀어도 습기가 가시질 않는다. 습기 때문에 사람이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부터 37일째 이어지고 있는 장마에 ‘쪽방촌’ 사람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안동네의 집들은 습기뿐 아니라 악취 때문에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다. 서울시 주거개선사업 일환으로 마련된 임시 컨테이너 주거지 옆에는 쓰레기가 쌓여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공동화장실에서도 다가설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냄새가 났다. 비가 잠깐 그친 사이 안동네 사람들은 축축한 집에서 나와 햇빛에 젖은 몸을 말렸다.

열아홉 살 때부터 안동네에 살았다는 최모(81)씨는 “습기가 너무 올라올 때는 연탄을 땐다”고 말했다. 최씨 집도 방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가득했다. 최씨는 “비가 오면 옆집 물받이에서 흐르는 물이 우리집 벽으로 새어 들어온다”며 “축축해도 비가 오니 밖에 나갈 수도 없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24일 오전 대표적 쪽방촌 가운데 하나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뒤 ‘안동네’의 한 주민이 장맛비로 곰팡이가 가득 핀 집 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남정탁 기자

줄어든 일감도 고민이다. 쪽방촌 사람들은 장마철만 되면 할 일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린다. 날품팔이를 하는 손모(44)씨는 최근 한 달간 인력사무소에 갔다 연거푸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장마로 공사하는 곳이 줄었기 때문이다. 손씨는 “곰팡이가 가득한 집에 있는 것보다 힘들어도 일을 하러 집을 나가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입구. 쪽방촌 식구들의 쉼터인 ‘어린이공원’에서 만난 윤모(52)씨는 “통풍이 안 되다 보니 방안이 온통 곰팡이투성이고, 비도 계속 새 들어온다”면서 “장마가 계속돼서 그런지 정화조에서도 냄새가 올라와 호흡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동자동 쪽방촌은 ‘창문이 있는 집’과 창문이 없는 집’으로 나뉜다. 창문이 있는 방은 월세가 26만원, 창문 없는 방은 17만원으로 창문 하나로 월세가 10만원 가까이 차이난다. 윤씨의 쪽방에는 창문이 없다. 장마철 습기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쪽방촌 사람들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곽모(45)씨는 “긴 장마로 허벅지에 욕창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에는 잠깐 해가 비쳤다. 기상청은 장맛비가 소강상태에 들었다가 28일부터 전국적으로 다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박영준·김승환·이재호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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