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간 오찬회동을 앞두고 청와대가 해당 그룹 측에 이번 회동 자리에서 각 그룹 총수들이 3분 동안 발언할 내용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각 그룹들은 이 ‘3분 발언’에 어떤 내용을 포함시켜야 할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에 마냥 건의사항만 늘어놓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 기대에 부응하는 투자, 일자리 창출 등 ‘선물 보따리’를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담 때문이다. 일부 그룹은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각종 기업규제, 새 성장산업 미비 등의 이유로 “투자처 찾기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오는 28일 대통령과 10대그룹 총수 오찬 회동 자리에서 그룹별 ‘3분 발언’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해옴에 따라 각 그룹 실무진은 24, 25일 휴일에도 대부분 출근해 어떤 내용을 담을지 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청와대 측에선 “그룹별 투자애로사항이나 특히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건의내용을 듣고 싶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각 그룹들은 건의사항만 나열할 수 없기에 고민의 폭이 커지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다른 그룹에선 어떤 내용을 ‘3분 발언’에 담을지 수소문하는 등 실무진에 비상이 걸렸다”며 “대통령 앞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각 그룹의 최대 고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마련한 이유가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재계에 전달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에 투자 및 고용 확대를 독려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에 부응하는 성의표시를 ‘3분 발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각 그룹 주요 부서 임직원들은 24, 25일에도 출근해 계열사 투자 진행 상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 등을 점검하고 정부의 경제활성화 방침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고용 계획과 투자 계획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이미 주요 그룹들이 올해 초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발표한 점을 감안할 때 각 그룹들은 회동 자리에서 이러한 계획의 착실한 이행을 재확인하는 내용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과 LG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와 SK그룹, GS그룹 등은 대규모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추진 중이다.

회동 자리에서 그룹들은 투자에 대한 애로 사항도 적극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그룹의 최고위 임원은 “기업들이 투자를 일부러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각종 규제가 극심하게 변하는 탓에 투자 결정에 어려움이 크다는 뜻도 전달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투자처 찾기가 어렵고 각종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다 보니 투자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이번 회동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은 상당히 뜨겁다. 박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의지에다 그룹 총수들의 적극적인 화답이 있을 경우 그 어느 때보다 경제살리기에 적극적인 분위기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그룹과의 첫 회동인 만큼 이번 회동을 통해 향후 재계와의 관계 설정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