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RO산악회’ 모임에서 ‘전쟁 준비’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의원을 내란음모죄 등으로 실제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안당국이 확보한 지난 5월 ‘RO’ 모임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비정규전이 앞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총기 개조’, ‘통신ㆍ철도ㆍ유류 등 국가 기반 시설 파괴’와 같은 다소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을 논의했다.
사실상 사문화된 줄로 알았던 형법 상 내란음모 조항을 33년만에 소환한 이번 사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녹취록만으로는 혐의를 적용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 28조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 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예비는 물질적인 범행의 현상과 도구가 드러날 때, 음모는 결의 단계에서 적용된다”며 “각본을 짜거나 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을 때에만 음모죄로 처벌된다. 구체적인 음모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음모’, 즉 범죄 실행의 합의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범죄 결심을 외부에 표시ㆍ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보아 특정한 범죄의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되고, 그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될 때 비로소 성립한다”고 돼 있다.
공안당국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착수’, ‘실질적인 위험성’ 등을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안당국이 이미 녹취록 이상의 증거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녹취록에는 영상음성 파일인 ‘mp4’라는 표현이 붙어있어 5월 모임의 동영상을 국정원이 확보했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이는 문제의 모임에 있던 ‘RO’ 구성원 중 누군가가 국정원을 돕고 있고, 국정원이 그 누군가를 통해 내란음모에 해당하는 또다른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 의원이 실제 ‘전쟁 준비’를 실행에 옮겼다고 해석할 만한 정황들도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의원직을 이용해 각종 외교안보 및 국가 기반시설과 관련한 자료들을 정부 부처로부터 제출 받아왔다. 그가 제출받은 자료에는 전력 공급 중단 시 방송ㆍ통신 대응 매뉴얼,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연구현황, 국정원 요청 사항과 협의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국정원은 또 ‘RO’ 관련자들이 중국으로 입국한 뒤 북ㆍ중 국경을 통해 밀입북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들 인사가 중국으로 출국한 출입국기록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면 법원이 영장을 내줬겠냐”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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