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정치 > 한국
  • 작게
  • 원본
  • 크게

급작스러운 공안정국 뒤에 김기춘 비서실장 그림자?

[기타] | 발행시간: 2013.08.31일 02:36

ㆍ유신 시절부터 대공수사 진두지휘… 이번에도 모종의 역할 가능성

지난 5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74·사진)이 임명된 날, 민주당의 첫 반응은 “공안정치의 신호탄이 아닌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섬뜩한 공안정국 조성용 인사”라고 했다. 민주당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여야 대치정국은 삽시간에 공안정국으로 바뀌었다. 내란음모죄 적용은 33년 만이다.

국정원의 특성상 사건의 내사 과정과 수사 내용, 공개수사 착수 시점을 청와대에 보고했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이정현 홍보수석도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해 “내용의 엄중함으로 봤을 때 대통령이 보고받지 않았겠나 싶다”고 했다. 그래서 김 실장이 주목받고 있다. 1970~1980년대 대형 공안정국을 주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겐 ‘미스터 법질서’ 외에도 ‘공안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검사 출신인 그는 유신 시절인 1974년 9월부터 1979년까지 중앙정보부 5국장(대공수사국장)을 지내며 숱한 공안수사를 이끌었다. 재야 지도급 인사들을 대거 구속한 1976년 3·1 명동 구국선언 등이 그 때 일어났다. 1974년 4월 민청학련 사건과 제2차 인민혁명당 사건은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의 법률보좌관으로 있을 때였다.

노태우 정권 임기 첫해인 1988년 12월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취임 석 달 뒤인 1989년 3월25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고문인 ‘문익환 목사 방북 사건’으로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현대중공업·서울지하철 등 강성 노조의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정권에 부담이 되던 상황이었다. 그는 안기부, 검찰, 경찰, 보안사 등이 망라된 공안합동수사본부를 사실상 총지휘했다. 공안합수부가 구성된 지 두 달여 동안 이재오·이부영·이창복 등 전민련 간부와 리영희 한양대 교수 등 300여명이 구속됐다.

같은 해 6월 ‘서경원 밀입북 사건’으로 또 한 번 정국을 흔들었다. 검찰은 8월 평화민주당 서경원 의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서 의원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아 1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평민당 김대중 총재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김 총재를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돈이 전달됐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당시 대학생 강경대군 폭행치사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은 민심수습 차원에서 1991년 5월 김 총재에 대해 공소 취소하며 정국을 진정시켰다.

정권이 고비에 몰릴 때마다 기획성 공안수사로 국면을 전환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5월 법무장관에 임명됐다. 장관 취임 후엔 당시 잇따르던 시민·대학생들의 분신 투쟁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내세워 정국의 흐름을 수세에서 공세로 반전시켰다. 법무장관 퇴임 두 달 뒤인 1992년 12월에는 14대 대선 사흘 전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돕기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로 모의한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그가 여권의 ‘헤드쿼터’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취임한 지 23일 만에 진보당 사건이 터져나왔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긴 어렵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30일 “김 실장은 노태우 정권이 권력을 잡자마자 공안정국을 조성할 때 검찰총장, 법무장관에 앉힌 사람”이라며 “박 대통령도 김 실장을 데려다 쓰면서 국민에 대한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왕실장’으로 불리는 그가 이번 공안정국 조성에도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경향신문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10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사진=나남뉴스 레전드 시트콤 '세 친구'의 주역이었던 윤다훈이 이동건과 만나 기러기 아빠 근황을 공개했다. 최근 방송한 SBS '미우새'에서는 윤다훈이 오랜만에 출연해 오랜 인연 이동건과 만남을 가졌다. 윤다훈은 "7년째 기러기 아빠, 할아버지로 지내고 있다. 큰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왜 피해자 행세하냐" 최병길PD, 전처 서유리 저격 '억울하다' 고백

"왜 피해자 행세하냐" 최병길PD, 전처 서유리 저격 '억울하다' 고백

사진=나남뉴스 방송인 서유리와 이혼 소식을 알리면서 충격을 주었던 최병길 PD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19일 최병길 PD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참고만 있으려니 내 앞길을 계속 가로막는다"라며 "싸우고 싶진 않지만 내 상황이 너무 좋지 않으니 최소한 방

"술 마셔도 무죄" 김호중, '이창명 음주 사건' 혐의 입증 어렵다 왜?

"술 마셔도 무죄" 김호중, '이창명 음주 사건' 혐의 입증 어렵다 왜?

사진=나남뉴스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국과수에서 음주 소견을 받았음에도 무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김호중이 접촉사고를 일으키기 전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먼저 지난 17

미니영화 《결혼등기》...황혼재혼에 대한 사색의 여운

미니영화 《결혼등기》...황혼재혼에 대한 사색의 여운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에서 올들어 네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미니영화 《결혼등기》가 5월16일 오전 연길한성호텔에서 시영식을 가졌다. 연변영화드라마협회 부회장 김기운이 감독을 맡고 전영실이 극본을 쓴 미니영화 《결혼등기》는 리혼한 부모의 재혼을 둘러싸고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