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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화되는 20代] 실용적 ‘신규시민’… 이념에 눈감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9.28일 04:00
먹고살려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 ‘3포 세대’로 불리는 요즘 20대. 젊음의 다른 말인 변화와 혁신, 호기와 진취적 사고는 그들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386세대가 ‘민주화’에 청춘을 바쳤다면 1985∼94년 태어난 오늘의 20대는 ‘현실’에 젊음을 바쳐야 한다.

일각에선 보수화 경향이 강해졌다며 20대가 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변한 건 20대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이다. 이들의 보수화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생성된 부산물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신규시민’ 20대=87년 6월 29일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여 ‘6·29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을 전후해 태어난 이들은 현재 20대 여론을 좌우하는 주축을 이루고 있다. 독재와 권위주의를 체험하지 않은 민주시민의 첫 세대.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들을 ‘신규시민(New 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20대는 386세대의 민주화운동처럼 함께 겪은 정치적 사건이 없다. 세대가 공유할 이념적 ‘배경’이 없다보니 이들에게 들어맞는 이념적 용어를 찾기도 어렵다. 20대의 생각은 50∼60대의 ‘보수적’ 사고나 30∼40대의 ‘진보적’ 사고와 다르다. 박 대표는 “젊을수록 진보적이란 가정에 애초부터 과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20대는 가장 현실적인 세대다. 막연한 이념이나 정치적 이상보다 현실생활을 중시한다. 서울대 안병직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20대가 원하는 건 현실의 안정, 곧 자유민주주의 체제 유지와 경제적 번영”이라고 진단했다.

안철수 의원의 대변인을 지낸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컨설턴트는 20대를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유 대표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향유하고 권위주의에 맞서 습득한 반발적 진취성을 진보로 귀결시킨 386세대와 지금의 20대는 전혀 다르다. 저성장시대의 직격탄을 맞아 미래는 불투명하고 유동성이 심하다”고 했다.

◇현실에 기반한 안보관=정치적 정체성은 확고하지 않은데 취업 등 현실적 고민은 커지다보니 정치를 바라볼 때 개별 사안을 놓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현실에 뿌리를 둔 가치판단은 20대의 안보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과서에 나오는 자주·평화·통일의 세 가지 개념 중 20대에게 가장 현실적 위협이 된 것은 평화, 곧 안보다. 특히 국방의 의무를 지는 20대 남성들에게 안보는 취업이나 학점만큼 현실적인 문제다.

20대가 안보 이슈를 피부로 느낀 첫 사건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었다.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천안함 사태와 달리 연평도 포격은 북한 도발로 명백히 확인된 첫 사례였다. 이후 북한의 3대 세습,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등 일련의 상황이 20대의 불안을 더 자극했다. 이석기 의원 사태 이후의 여론조사에서 20대가 ‘보수화’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수석전문위원은 “연평도 포격이 20대에게 안보가 현실임을 각인시켰다면 이석기 의원 사태는 이들의 안보 의식을 강화시키는 사건이었다”고 분석했다.

◇20대, 한국 정치의 거울=여론조사에서 20대는 보수 성향을 드러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20대의 보수화’로 지칭하는 데 조심스러워한다. 특정 사건에 결부돼 실시되는 여론조사상의 변화가 거시적으로 유효한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희웅 위원은 ‘탈진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다수 20대는 여전히 정서적으로 보수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세대를 아우르는 보수화를 논하기엔 아직 근거가 불충분하지만 진보 경향은 뚜렷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또 “20대는 무엇에 찬성하기보다 반대함으로써 생각을 표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를 지지한다기보다 진보에 대한 실망과 반감을 보수적 성향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20대는 ‘한국 정치의 거울’이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가장 현실적인 이들을 통해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20대가 안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20대에 투영된 한국 정치의 민낯 중 하나다. 박상훈 대표는 “자신이 옹호하는 가치나 이념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탈진보 또는 탈보수하는 것은 20대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가 20대의 시민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일궈주지 못했음을 보수와 진보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의 그늘이 일상을 압박하는데 이를 타개할 노선을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니 20대는 불안하다. 유민영 대표는 “보수와 진보의 골이 이렇게 계속 깊어진다면 20대가 느끼는 염증과 불안은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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