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미겸기자] "실험, 도전…가수 신승훈의 새 과제"
혹자는 묻는다. "신승훈에게 새로운 모습이 있을까?", "또 똑같은 발라드 아닐까?". 보이지 않은 질문에 그는 말 대신 음악으로 답했다. 6년간의 긴 실험을 마무리하는 신보 '그레이트 웨이브'를 통해 도전 그리고 발전을 보여줬다.
1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신승훈의 신보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의 미디어 리스닝 파티가 열렸다. 본격적인 앨범 발매에 앞서 기자들에게 먼저 그의 새 음악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한 분야에 오랜시간 종사한다는 건, 많은 부담감이 따르는 일이다. 스타라면 더 그렇다. 대중이 갖고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고, 동시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발라드 황제' 신승훈이 고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승훈의 색다른 실험의 완결판. 그 성과에 대해 들었다.
◆ "신보…신승훈의 6년 담았다"
신승훈은 새 미니앨범 '그레이트 웨이브'는 '웨이브'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지난 2008년 선보인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 2009년 발매한 '러브 어 클락(Love O'clock)'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 앨범이다. 신곡 5곡과 앞선 2앨범 수록곡을 리메이크한 4가지 노래로 구성했다.
'그레이트 웨이브'의 목적은 신승훈, 자신의 중간 점검이다. 신승훈은 "데뷔한 지 23년이 됐고, 총 10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앞으로도 평생 음악을 할 것 같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중간 점검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결과물이 '웨이브' 시리즈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부담감도 있었다.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그동안 그는 지속적으로 음악 실험을 했다. 신승훈은 "남들이 봤을 땐 비슷한 발라드일 수 있겠지만, 내 안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 구세대 가수는 끝이 난 게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긴 공백이 약이 됐다는 자평이다. 그는 "'웨이브' 시리즈를 만든 시간이,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잘 하는 것, 그리고 해야 할 것을 가르쳐 줬다"며 "영화로 비유하자면, 흥행 감독이 잠시동안 실험적인 단편 영화 3편을 찍은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새로운 시도를 말했다.
◆ "실험·도전, 그리고…발전"
실험을 말한 신승훈. 그만큼 신보에서 많은 것에 도전했다. 우선 록, 펑키, 디스코, 네오 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발라드에 접목시켰다. 데뷔 후 처음으로 래퍼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신승훈 앨범에서 찾아볼 수 없던 파격적인 시도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려는 의도다.
새 앨범 타이틀 곡은 '쏘리'다. 이 안에도 '실험'이 담겨있다. 신승훈은 "브리티시 록 발라드에 한국적인 애절함을 가미했다"며 자신의 실험에 대해 말했다. 이어 "사운드도 다르도록 신경썼다. 피아노, 첼로, 일렉기타 선율 등이 전 파트에서 잘 들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래퍼와 콜라보도 처음이다. 다이나믹 듀오 최자와는 힙합곡 '내가 많이 변했어'를, 버벌진트와는 1980년대풍의 디스코 '러브 위치'를 작업했다. 그는 "신승훈 곡 중 가장 도발적이고, 실험적이다. 발라드와 힙합의 배틀 같은 노래다. 클럽에서 나올때도 괜찮을 것 같다"며 웃었다.
자신 없던 장르에도 도전했다. 3번 트랙인 '그대'라는 노래가 그 결과물. 신승훈은 "발라드의 장르는 처절함, 애절함, 애잔함, 애틋함 4가지로 나뉜다 생각한다"며 "그 중 애틋한 감성은 잘 표현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치열하게 고민해 만든 애틋한 발라드가 '그대'다"고 강조했다.
◆ "신승훈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승훈은 결코 정체 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현재 진행형'이었다. 발라드라는 한 분야에서 23년간 1인자 자리를 지킨 이유가 바로 치열한 노력 덕분이었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했고, 아쉬웠던 점은 고쳐 나갔다. 팬들과 했던 약속도 지켰다. 그렇게 노력했고, 하고 있다.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일단 신승훈 스타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들을 수 있다. 그 예가 수록곡 '그랬으면 좋겠어'다. 네오 소울 장르로, 감미롭고 트렌디한 노래다. 신승훈은 "그동안 반주만 들으면 신승훈 장르가 아닌데, 내 목소리만 들어가면 '똑같은 신승훈'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많다. 그 이야기에 항변하고 싶었고, 그렇게 만든 노래가 이 곡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팬들도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오래 기다린 팬들을 위한 힐링 뮤직도 담겼기 때문. 그는 "팬들에게 멜로디로 치유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걸 지킨 노래가 '마이 멜로디'"라면서 "이 노래를 부르는 나와, 오래된 팬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많이 설레인다"고 밝혔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진정성'이었다. 신승훈은 "사실 9집 '두 번 헤어지는 일'을 마지막으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면서 "이제부턴 쓸 수 있을 것 같다. 무뎌진 감성을 살렸고, 그 결과 내면의 진실성을 담을 수 있었다. 실험도 도전도 결국은 진정성이다. 그 점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제공=도로시뮤직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