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티키타카

:: 7인의 스트라이커, 코스타 귀화로 불붙은 스페인 대표팀 원톱 경쟁

“어느 누구에게도 영원한 신용은 없다.” 11월 7일 2013년의 마지막 스페인 국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비센테 델보스테 감독의 말이다. 브라질과의 경합 끝에 디에구 코스타에게 스페인 대표팀의 ‘라 로하’ 유니폼을 입힌 델보스케 감독은 “조금은 의무적인 선발”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디에구 코스타의 추후 대표 선발 여부는 오직 경기력으로만 결정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당연한 말이다. 경쟁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델보스케 감독은 지난 여름 코스타에게 선발에 대한 구두 약속을 했고, 브라질 대표팀의 소집을 거부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스페인 대표팀에 자리를 잡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할 것이다. 11월 15일 적도기니, 11월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 디에구 코스타는 선발 출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현 스페인 대표팀의 9번, 네그레도 ⓒ게티이미지코리아

델보스케 감독은 힘들게 설득한 디에구 코스타의 마음뿐 아니라, 디에구 코스타의 귀화를 통해 상처를 입은 스페인 국적의 다른 공격수들에 대한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현재로썬 디에구 코스타의 귀화가 준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디에구 코스타의 귀화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침체기를 겪던 스페인 공격수들이 하나 둘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최근 연이어 골 소식을 전하며 부활을 천명하고 있다. 확실한 자극제가 된 것이다. “디에구 코스타는 덧셈이나 뺄셈이 아니다. 또 다른 옵션이다.” 델보스케 감독은 코스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스페인 축구 인재의 보고는 중원이다. 하지만 이제 공격진의 원톱 포지션도 무한 경쟁 체제다. 2014년 여름, 누가 붉은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에 갈 수 있을까? ‘티키타카’에서 7인의 후보를 소개한다.

디에구 코스타

1988년생, 25세, 188cm,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현재 가장 유력한 원톱 주전 공격수다.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며서 세말한 볼 컨트롤과 수비 경합을 이겨낼 수 있는 몸 싸움 능력을 갖췄다. 양발을 이용한 마무리 슈팅이 강하고 정확하며, 헤딩 득점 능력도 탁월한 완전체 스트라이커. 최근 득점력은 전 유럽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올 시즌 라리가 12경기에서 13골을 기록해 득점 선두에 올라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경기 출전에 3골을 넣어 아틀레티코의 16강 진출 조기 확정에 기여했다. 상대와 대회를 가리지 않고 일관된 경기력을 자랑한다. 문제는 스페인 대표팀 내에서의 융화다. 팀 내 분위기 메이커인 세르히오 라모스와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마드리드 더비에서 여러 차례 감정 다툼을 벌인 바 있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출신 선수들 외엔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하지만, 2007년 셀타비고 입단 이후 6년 여의 세월을 스페인에서 보내 라리가 선수들의 스타일에 익숙하며, 비야, 코케와 후안프란 등 소속팀에서 특급 도우미로 활약 중인 선수들의 스페인 대표팀내 입지가 확정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브라질 현지 적응에 있어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힘과 속도, 결정력을 겸비한 디에구 코스타 플레이 영상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된 코스타와 비야 ⓒ게티이미지코리아

다비드 비야

1981년생, 32세, 175cm,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스페인)

유로2008,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다. 부상으로 유로2012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후 FC바르셀로나에서 잦은 부상과 주전 경쟁 낙오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비야의 부침이 스페인 대표팀 원톱에 대한 숙제를 낳았다. 비야는 지난 여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해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비야는 11월 대표팀 명단에 올랐고, 이는 디에구 코스타의 영향이 크다. 비야는 아틀레티코에서 디에구 코스타와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코스타가 수비 견제를 몰아주면 빈 공간을 파고들어 탁월한 마무리를 뽐내고 있다. 코스타에게 내주는 패스의 질도 좋다. 원톱으로도 뛸 수 있지만, 코스타의 파트너로 공격진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코스타의 헤딩 경합에 이어 흐른 볼을 발리 슈팅으로 득점한 비야 영상

알바로 네그레도

1985년생, 28세, 186cm,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11월 스페인 대표팀 소집에서 등번호 9번을 받은 네그레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12/2013시즌 라리가에서 세비야 소속으로 25골을 기록하며 자국공격수 최다득점자에게 수여하는 사라상을 수상할 때까지 만 해도 국내용이라는 지적이 뒤따랐으나,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하자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네그레도 본인의 경험치와 숙련도도 발전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 4골을 넣었고,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서도 4골을 넣어 득점기세가 좋다. 대표팀에서도 9월 핀란드전, 10월 벨라루스 조지아전에 득점하고 있다. 맨체스터시티에서 다비드 실바, 헤수스 나바스 등 스페인 대표 선수들과 호흡도 꾸준히 맞추고 있으며, 세르히오 아구에로와의 화학 작용도 스페인 대표팀에서의 활용 방안에 힌트가 되고 있다. 장신에 힘이 좋지만 다리를 이용한 재간과 창조적 패스를 갖춰 현재 스페인 국적 스트라이커 중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타가 역동적이라면 네그레도는 문전에서 더 위력적이다.

아구에로의 헤딩보다 빛난 네그레도가 선보인 창조적 어시스트 영상

페르난도 토레스

1984년생, 29세, 183cm, 첼시 (잉글랜드)

2013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스페인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당한 부상으로 전성기의 순발력, 스피드, 정교함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2013시즌에 후안 마타와 첼시에서 호흡을 맞추며 감각을 되찾았고, 올 시즌에는 주제 무리뉴 감독을 만나 정신적, 심리적으로 더 강해졌다. 최근 투쟁심을 앞세운 전방 플레이와 회복된 세밀함을 바탕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맨체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선보인 경기력은 경기 종료 직전 끝까지 공을 포기하지 않은 의지와 침착한 마무리 슈팅을 통한 결승골로 보상 받았다. 무리뉴 감독은 “토레스는 신뢰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든 일관된 훈련 자세를 보인다”고 칭찬했다. 토레스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7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쳤으나, 챔피언스리그 3경기에선 3골을 기록하며 득점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A매치 106회 출전에 36득점이라는 압도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토레스의 의지가 빛난 맨시티전 결승골 영상

이탈리아에서 부활한 사자왕 요렌테 ⓒ게티이미지코리아

페르난도 요렌테

1985년생, 28세, 195cm, 유벤투스 (이탈리아)

지난 8월 에콰도르전 이후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고 있는 요렌테는 지난 시즌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이적 문제로 인해 벤치 신세를 지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컨디션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여름 유벤투스 이적 이후에도 감각 회복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일관성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유벤투스의 주포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특유의 용맹함이 살아나고 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2연전에서 모두 득점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세리에A에선 7경기 1골에 그쳤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을 넣었다. 앞으로 득점력의 개선 여지가 크다. 큰 경기에 강하고, 공중볼 장악에 능하며, 문전에서 공을 놓치지 않는 움직임과 시야, 위치 선정이 탁월하다. 스페인 대표팀이 보유한 최장신 공격수이며, 유일하게 포스트 플레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공격수다. 전술적으로 포기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연속골을 넣은 요렌테 영상

로베르토 솔다도

1985년생, 28세, 179cm, 토트넘 홋스퍼 (잉글랜드)

솔다도는 탁월한 골 스코어러다. 문전에서의 마무리 기술과 터치 능력에 특화된 선수다. 헤타페와 발렌시아에서 꾸준히 득점력을 보여 스페인 대표팀을 자주 드나들었으나 언제나 비중 없는 경기에 나섰다. A매치 12경기에서 7골을 넣어 출전수 대비 득점력이 뛰어나지만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연계 플레이와 포스트 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경쟁자에 비해 애매한 스타일이다. 9월 칠레전을 끝으로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스완지시티의 미추와의 경합에서 밀렸다. 11월 코스타의 가세로 경쟁은 더 어려워졌다. 네그레도와 나란히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폭넓은 경험을 쌓고 전술적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시즌 토트넘 소속으로 치른 11경기에서 중 7경기에서 공격 포인트(7골 2도움)를 올렸다. 그 중 세 골이 페널티킥이었지만 꾸준히 득점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솔다도의 적극적인 몸 싸움과 깔끔한 마무리 영상

미추

1986년생, 27세, 185cm, 스완지시티 (잉글랜드)

2011/2012시즌 라요 바예카노에서 15골을 몰아치며 이미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12/2013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무대를 옮겨 18골을 기록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선과 전방을 오가는 활발한 움직임, 장신에 비해 유연한 터치와 슈팅이 돋보인다. 올 시즌 스완지시티의 전체적인 침체 속에 리그에서는 현재까지 2골 1도움에 그치고 있지만 유로파리그 경기에선 4골 4도움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축구 팬들 사이에 미추가 왜 스페인의 부름을 받지 못하느냐는 논란이 거셌고, 서류 문제로 디에구 코스타를 선발하지 못했고, 다비드 비야가 급작스레 부상을 당해 이탈하면서 지난 10월 대표팀 소집에 기회를 얻었다. 벨라루스와의 월드컵 유럽 예선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글=한준 (풋볼리스트 기자, tvN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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