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장성주 기자 = "요즘 일하기 싫어 죽을맛입니다. 저보다 몇년이나 나중에 입사한 후배의 초봉이 제 연봉보다 높다니…."
얼마 전 올해 여름에 입사한 후배 연봉을 우연히 알게 된 2년차 직장인 이모(29)씨. 이후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직장인들의 마약'이라는 월급날이 즐겁지 않다.
출근한 뒤 사무실에 앉아 다른 생각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심지어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일도 있었다.
이씨는 "후배 연봉을 알게 된 순간 근로의욕이 사라져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최근 '적당히 돈 받는 만큼만 일하자'는 생각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한 동료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이야기했다. 한 동료는 '후배들에게 일을 더 많이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꺼내기도 했다.
이씨는 "일을 잘하는 후배가 진급을 빨리해 연봉을 많이 받는다면 속은 쓰려도 인정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갓 입사해 걸음마 단계를 뗀 후배가 연봉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에 회사에 대한 애정이 차갑게 식어버렸다"고 씁쓸해 했다.
한 대기업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송모(28·여)씨도 같은 상황 탓에 최근 웃음을 잃었다. 어두운 표정 탓에 '요즘 무슨 일이 있냐'는 말이 안부 인사가 됐을 정도다.
송씨는 "매년 열리는 연봉협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회사로부터 홀대 받는 기분이라 당장이라도 이직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생활에서 '연봉' 문제는 자존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3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62명(40.9%)의 응답자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지막 자존심'으로 연봉 혹은 근로조건을 꼽았다.
또 직장인들이 이직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크루트가 지난 7월 직장인 1438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이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조사에서 1310명(91.1%)이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603명(46%)의 응답자는 이직을 원하는 원인으로 '연봉 등의 경제적 이유'라고 응답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연봉의 역전 현상을 회사가 성장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근로자의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몸을 움츠린다"며 "이후 회사가 정상화를 위해 기지개를 펼 때 신입 사원의 연봉을 높여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연봉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기존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지 않도록 유연한 임금 정책을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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