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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西部전선 한국 1사단 경계병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3.12.31일 10:55
[북한 개성과 마주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 1사단 르포]

지뢰 수없이 깔린 高地에 부대

"가장 중요한 임무 수행" 팻말, 만일의 사태 땐 첫 교전 담당

눈 덮인 9000m 철책 돌며 영하 21도에도 올빼미 경계

"北급변사태 가능성 더 커져… 전방 경계태세엔 연말 없어요"


최전방(最前方)은 멀지 않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구불구불한 도로가 전방 1사단 각 부대를 혈관처럼 잇고 있었다. 전방 부대의 임무는 북한군 동태를 쉼 없이 감시하는 것. 만일의 사태에서는 맨 먼저 교전(交戰)을 수행한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곳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는 부대입니다'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철책에 접근하면 사살(射殺)될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많았다. 해발고도 230m까지 올라가니 중대본부가 나왔다. 6·25전쟁 당시 수없는 지뢰가 매설된 무명(無名)고지다. 30일 오후 5시 30분, 세밑 서부전선에 일몰(日沒)이 찾아왔다.

중대본부는 철책과 마주한 각 초소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본부를 중심으로 대략 10여개의 초소가 연결돼 있다. 중대는 9000m에 이르는 철책 경계(警戒)를 맡고 있다. 철책은 1분이라도 빌 틈이 없다. 하루 5개의 근무 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기 때문이다. 폭설이나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오히려 근무 인원을 늘린다. 시야(視野)가 흐릴수록 북한군이 밀고 내려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해서다. 중대본부에서 100m 정도를 걸어가니 철책이 보였다. 비무장지대 4㎞ 너머는 북녘땅이다. 임진강은 하얗게 얼어 있었다. 야트막한 저 너머가 개성이었다. 초소에 있는 장병은 위치를 감추기 위해 불빛을 내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소총을 쥐고 수신호로 의사소통하면서 최대 5시간을 꼬박 서 있는다. 배석희 중대장은 "양측이 마음만 먹으면 포(砲)로도 얼마든지 치고받을 수 있는 거리"라면서 "적이 도발하면 포격 원점과 지휘본부까지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한 해 전방 경계부대들은 긴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장성택 처형 등 북한 내부의 돌발사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한 불바다' 발언이 나왔고, 권력을 상속받은 김정은 또한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전방부대들은 북한 당국의 전쟁 위협 발언이 있을 때마다 오히려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 '전원(全員) 살아남는다'는 정신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부대 관계자는 "서부전선은 대북풍선을 날리는 임진각을 끌어안은 형태"라면서 "이곳에서 무력 도발이 벌어지면 국지적 전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칼바람이 철책 위의 눈을 쓸었다. 잔설(殘雪)은 그대로 얼음이 됐다. 볼펜 끝이 얼어 글씨가 써지지 않았다. 새벽녘 경계 근무에 나서는 장병은 내의 위에 전투복을 기본으로 갖추고, 여기에 내피를 덧댄다. 마지막으로 방수 기능이 있는 스키 파카로 몸을 감싼다. 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핫팩이 따로 지급된다. 그래도 춥다고 한다. 김주오 중위는 "엊그제는 체감온도가 아니라 실제 온도가 영하 21도까지 떨어졌다"며 "콧물이 흐르면 바로 고드름으로 얼어붙을 정도"라고 말했다.

추위보다 혹독한 것이 졸음이다. 새벽 경계 근무를 마쳐도 오전 6시 30분 부대 기상 시각을 지켜야 한다. 근무 조에 맞춰 장병은 돌아가며 쪽잠을 잔다. 초소 근무 장병은 '초병체조'로 졸음을 쫓는다. 소초·중대·대대 순찰자가 따로 경계를 서면서 상호 체크를 한다. 근무 중 졸다가 적발되면 즉각 징계 조치가 내려진다.

최성학 상병은 이틀 뒤면 입대한 지 꼭 1년이 된다. 그는 "연말이라고 해서 전방 부대의 경계 태세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부모님이 파주에 계시는데, 내 등 뒤에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손아귀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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