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빵점 송이’가 굴욕 당했던 강의실인가요?”
지난달 27일 종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막을 내리자 인천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주인공 김수현(도민준 역)과 전지현(천송이 역)이 교수와 학생으로 등장한 캠퍼스가 인천대였다. 도민준이 천송이의 과제물에 빵점을 주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중국 방송국은 ‘별그대’ 촬영지라며 인천대 소개 영상을 방영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2일 “중국 관광객을 모집하는 여행사에서 걸려오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캠퍼스 투어를 하는 국내 학생도 많아 홍보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요즘 드라마 시청률에 웃고 우는 대학들이 많다. 대학을 소재로 캠퍼스에서 촬영한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 신입생 모집에도 훈풍이 불어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반면 어려움을 무릅쓰고 촬영장소를 제공했는데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면 면학 분위기를 해쳤다는 비판까지 쏟아진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드라마 제작사만큼이나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따져보며 흥행 가능성과 홍보 효과를 계산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tvN ‘응답하라 1994’의 배경이 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드라마는 촬영장소만 사용한 게 아니라 아예 등장인물 전체를 연대생으로 설정했다. 학교 관계자는 “지상파였다면 오히려 연세대 이름이 그대로 노출되기 어려웠겠지만 케이블 채널이어서 자연스레 홍보가 됐다”며 “‘응답하라’ 때문에 우리 학교 진학 결심을 굳혔다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조용히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메디컬 탑팀’의 무대였던 세브란스병원은 환자와 의료진이 많은 불편을 감수했지만 시청률이 5%대에 머물러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KBS ‘굿닥터’(최고시청률 21.5%)에 장소를 제공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높은 시청률 덕에 톡톡히 홍보 효과를 봤다.
대학이 드라마나 영화에 장소를 제공하면 촬영 장비를 실은 대형 차량 10여대가 캠퍼스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연예인을 보러 오는 이들로 소란해지기 일쑤다.
김유나 기자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