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 前간호사 1인 시위
“아이고, 날도 추운데… 이렇게 서 있으면 못써.”
18일 오후 서울시청 앞. 한 여성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안타까운 듯 달랬다. 행인들의 시선이 그의 ‘배’에 멈췄다.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강모(32)씨는 임신 7개월째다. 그럼에도 그는 임신여성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오부터 한 시간 동안 시위를 한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의 비정규직 간호사였다. 근무한 지 1년9개월째인 지난해 11월 말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강씨에게는 정부가 쏟아내는 출산장려책이 남의 일 같다. 강씨는 임신이 계약 연장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추측한다. 일을 못하게 된 이후 강씨는 권리를 회복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는 이같이 남의 시선에 노출되는 일이 초라해 보여 창피했는데, 아기가 생긴 뒤로 용기가 생겼다”며 “아기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라매병원에서 해고된 간호사 강모(32)씨가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복직을 원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가 서울대병원과 서울시청을 오가며 시위를 벌인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바위에 계란 치기다. 서울시는 병원 인사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강씨의 근무평가가 재계약 기준인 85점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는 수술실에서 근무하면서 평판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가 ‘강씨와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서명운동을 했을 정도이다.
법률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병원 측이 부담스러워했을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사실상 정규직과 마찬가지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 알리오에 따르면 12개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08년 9.3%에서 지난해말 13.1%로 늘었다. 여기에 용역업체 직원 등을 더하면 비율은 더 높아진다.
김유나 기자yoo@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