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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태아를 3D로

[기타] | 발행시간: 2014.04.10일 17:18

오른손이 없던 5살 리암 디페나르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의수를 착용하고 공을 잡을 수 있게 됐다.메이커봇 제공

[한겨레21] [이희욱의 휴머놀로지] 관습화된 생산공정을 단번에 무너뜨린 방 안의 조물주 3D 프린터‘내 침대 옆 생산공장.’

생산공장이라고 하면 좀 삭막한가. ‘조물주’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요즘 가장 따끈한 기기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누구도 토 달지 않을 물건, ‘3D 프린터’ 얘기다.

3D 프린터는 지금껏 관습화된 생산공정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시제품 이전 단계의 표본, 이른바 ‘모크업’(Mockup) 제품을 대체하는 게 대표 사례다. 조그만 부품이 고장나면 공장에 주문을 넣고 부품이 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머잖아 안방에서 3D 프린터로 뽑는 날이 올 것이다. 값은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고, 각종 도면은 인터넷에서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레고 블록 한 조각을 잃어버리고 통곡하는 아들아, 앞으론 걱정 말거라.

휴대전화 케이스나 가구를 ‘출력’하는 건 이젠 놀랍지도 않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3D 프린터로 집을 짓는 프로젝트가 지난 3월 시작됐다. 산모 뱃속 태아의 모습을 3D 프린터로 찍어 판매하는 서비스를 보면 놀라움을 넘어 거부감마저 든다. 우리 모두는 공장장이다.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11월엔 미국의 한 기업이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어 총알을 발사하는 걸 시연했다. 자유자재로 얼굴을 바꾸는 <미션 임파서블> 속 주인공의 모습을 섣불리 상상해볼 수도 있겠다. 기술은 유토피아를 창조하면서 그 뒷면에서 디스토피아를 은밀히 배출한다.

같은 값이면 즐겁고 따뜻한 창조주가 좋지 않겠는가. 남아프리카에서 목수로 일하는 리처드 밴 애스는 2011년 5월, 전기톱에 오른손 손가락 4개를 잃었다. 그는 의수를 사려 했지만 값이 수만달러에 이르는 탓에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직접 의수를 만드는 동영상을 보게 됐다. 그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이반 오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특수효과 전문가이자 예술가였던 이반은 3D 프린터로 리처드의 오른손을 만들었다. 제작 비용은 겨우 500달러였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값싸게 의수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리처드와 이반은 의기투합했다. 이반은 의수 제작 도면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리처드는 이반이 만들어준 손으로 3D 프린터가 찍은 의수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미국의 3D 프린터 제조업체 메이커봇은 이들에게 3D 프린터 2대를 기증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이 없던 5살 꼬마 리암 디페나르는 리처드와 이반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오른손으로 공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리암의 어머니는 “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뭔가를 움켜쥐는 걸 본 순간은 경이로웠다”며 울먹였다. 리처드와 이반이 만든 ‘로보핸드’는 지금까지 170명이 넘는 장애인에게 새 손을 선물했다.

‘이네이블링 더 퓨처’(enablingthefuture.org) 프로젝트는 리처드와 이반에게 영감을 받아 출범했다. 이들은 보조기구가 필요한 장애인과 전세계 3D 프린터 소유자를 연결해준다. 의수부터 로봇 심장까지 다양한 시도를 잇는 중이다. 프로젝트는 ‘크라우드소싱’으로 진행된다. 전세계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실력자들이 도면을 설계하고 제품을 발전시킨다.

일본의 한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에선 3D 프린터가 교사 역할을 맡는다. 3D 프린터는 시각장애 아이들의 음성 명령을 인식해 즉석에서 물건을 출력한다. ‘하마’라고 외치면 하마가 인쇄돼 나오는 식이다. 눈송이처럼 지금껏 모양을 알 수 없던 결정체를 직접 만져보며 알아가는 일은 경이롭다.

3D 프린터의 창조력은 우주까지 확장된다. 지난 1월 미국 메릴랜드주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우주를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캐럴 크리스티안과 안토넬라 노타, 두 천문학자는 허블망원경이 찍은 우주를 입체화해 3D 프린터로 찍었다. 3D 프린터가 뽑아낸 우주 속엔 우리에게 익숙한 별과 행성, 궤도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시각장애인들은 지금껏 상상에 그쳤던 우주를 손으로 탐험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워싱턴대학교는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했다. 이들은 심장병 환자들에게 꼭 맞는 심장 세포를 값싼 3D 프린터로 찍어냈다. 인공 심장을 단 환자가 외부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않도록 예측해주는 센서도 넣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말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미국에서만 500만 명에 이르는 심장병 환자들이 이 인공 심장의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희욱 <블로터닷넷> 기자 asadal@bloter.net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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