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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남들만큼 받아야" 자존심에 "이참에 나도 명품" 허영심도 가세

[기타] | 발행시간: 2012.03.21일 03:20
주는 사람은 부담감 - "난 평생 꿈도 못 꾼 명품백·시계, 부모 저축 탈탈 털어 시댁에… 쓰지도 않는 은수저·반상기도"


"이 사람이면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양가 모두 형편이 빠듯하니,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고 신랑·신부 힘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신랑·신부 저축 8000만원에 각자 5000만원씩 대출받아 전셋집을 얻기로 했다. 양가에 인사하고 올해 12월로 날을 잡았다. 그때부터 전쟁이었다.

예비신부 박혜정(가명·28)씨가 신랑을 통해 "집값이 모자라니 예단은 안 하겠다"고 전한 게 발단이었다. 예비 시어머니가 발끈했다. "너희 입에서 먼저 나올 얘기는 아니다."

↑ [조선일보]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그러자 신부 어머니가 뿔났다. "이 결혼 꼭 해야겠니? 너는 집 사오는 남자와 할 줄 알았다. 집도 안 해오는데 예단해줄 생각 없다."

◇"남들은 ○○백 받았다는데"

취재팀이 만난 신랑·신부·혼주 대다수가 "처음엔 '예단·예물 하지 말자'고 했는데, 날짜가 다가오면서 입장이 달라졌다"고 했다. '누구는 며느리한테 ○○백 받았다는데 너는 뭐 받았느냐'는 질문이 '그럼 나도 받아야겠다'는 심리에 불을 지폈다. 꼭 시어머니만 탓할 것도 아니었다. 젊은 세대의 허영심도 만만찮았다.

작년 10월 결혼한 양지선(가명·28·유치원 교사)씨는 처음에 예단을 안 할 생각이었다. 남편이 "반상기·은수저처럼 쓰지도 않을 것 사지 말라"고 해서 현금 1000만원만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예단 들어가기 전날 남편이 "어머니가 화났다"고 급하게 전화했다. 양씨는 백화점 문 닫기 전에 부랴부랴 뛰어가 반상기·이불·은수저 세트 600만원어치를 사서 현금 2000만원과 함께 시집에 보냈다.

양씨는 "시집에서 서울 강북에 전세 아파트(80㎡·24평·3억원)를 얻어줬기 때문에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일단 예단을 보내고 나니 본인도 욕심이 났다. 양씨는 남편을 졸라 시부모로부터 450만원짜리 샤넬 가방, 350만원짜리 루이비통 가방, 300만원짜리 프라다 가방 등을 받았다. 결국 친정 부모 통장에서 나온 돈으로 명품 가방을 세 개나 장만한 셈이다.

◇"주위에서도 다 이렇게 해요"

예단·예물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과시소비 사회'로 가는 신호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 한국이 잘살게 되면서, 부자는 부자대로 남들과 차이를 두려 하고,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상류층에 끼고 싶어한단 얘기다.

작년 11월 결혼한 정민지(가명·29·간호사)씨 역시 부자도 아닌데 명품을 주고받았다. 정씨가 남편에게 카르티에 시계를 사주고, 시부모에게 이불·반상기·은수저 세트와 옷, 현금 2000만원을 보냈다. 시집에서 정씨에게 350만원짜리 디올 가방과 15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줬다.

정씨 아버지는 공사(公社)에 다닌다. 시아버지는 교사,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하지만 신랑·신부와 양가 부모가 저마다 "남들만큼 받고 싶다"고 욕심내다 보니 점점 비용이 불어났다. 50대에 접어든 양가 부모가 소중한 저축을 털어 상대방 옷장·찬장을 채워준 셈이다.

"아깝죠. 하지만 못난 사람들도 아니고 이상한 집도 아닌데 아무것도 안 하기 그렇잖아요. 저는 디올도 좋은데 엄마는 '너는 왜 남들 다 받는 샤넬을 못 받았느냐'고 했어요."

◇"시부모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한경혜 교수는 "예단은 원래 신랑이 가족을 부양하니까 신부 가족이 고맙다고 주는 선물이었는데, 지금은 여성이 맞벌이하는데도 원래 의미는 사라진 채 '선물'만 남아 있다"고 했다. 여기 잘못된 소비문화가 가세했다. 중산층은 부담감에, 서민층은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지난달 결혼한 김인정(가명·34·주민센터 공무원)씨는 신랑 저축 1억5000만원에 시부모 돈을 합쳐 서울 강남에 3억짜리 전세를 얻었다. 하지만 김씨는 예단으로 '보답'할 능력이 없었다. 친정아버지가 몸져 눕는 바람에 취업 7년차가 되도록 저축은커녕 200만원 마이너스 통장뿐이었다.

사정을 들은 시부모가 "몸만 오라"고 했다. 김씨 어머니는 "그래도 그럴 순 없다"면서 피눈물나게 융통한 돈으로 현금 1000만원과 가전제품·패물 500만원어치를 보냈다. 시부모는 그중 1000만원을 되돌려줬다.

"좋은 시부모 만나 감사하면서도 자존심이 상했어요. 왜 나는 돈이 없을까. 다른 사람들이 결혼 준비하는 걸 보면 마음이 자꾸 무너졌어요."

오는 4월 아들을 장가보내는 정춘자(가명·60)씨는 요즘 흔들리고 있다. 정씨는 남편과 조그만 섬유공장을 한다. 예비부부 둘 다 초임 교사라 저축이 없어, 정씨가 1억5000만원짜리 지방 아파트를 사주기로 했다.

"처음엔 예단을 아예 안 받을 생각이었는데, 며느리가 현금 500만원을 가져왔어요. 시간이 갈수록 복잡한 마음이 들어요. 아무리 내가 안 받는다고 해도, 집도 사줬으니 알아서 챙겨줄 줄 알았는데…. "

조선일보 | 석남준 기자 | 입력 2012.03.21 03:20 | 수정 2012.03.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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