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베네수엘라 정부가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민촌’ 거주민들을 모두 퇴거시키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정부가 ‘토레 드 다비드(다비드 타워)’에 살던 77가구를 도시 외곽의 한 아파트로 강제 이주시켰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는 나머지 주민들도 모두 이주시킬 계획이다.
토레 드 다비드는 카라카스 도심에 있는 45층 높이의 짓다 만 고층 빌딩이다. 당초 콘피난사 은행 건물로 지어지기 시작했지만, 1990년대 금융 위기로 이 은행이 도산했다. 1994년 이후 이 건물은 골조 공사와 외벽 유리 일부를 붙이는 작업까지 끝난 뒤 건설이 중단된 채 방치됐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된 건물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살 곳을 찾던 도시 빈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700여 가구, 3000여명의 주민들이 살게 됐다. 엘리베이터도 수도시설도 없었지만 벽과 지붕이 있는 이 건물은 노숙 위기에 몰린 빈민들에게는 최적의 안식처였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끌어들이고 미용실과 세탁소, 식료품점 같은 편의시설도 설치했다. 아이들은 빌딩 안 주차장에서 뛰어놀았고, 주민들은 각자의 집을 색색으로 꾸몄다. 10여년 동안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민촌으로 불렸다. 베네수엘라의 금융위기의 상징, 경제적 약자들의 연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건축가그룹 어번 씽크탱크는 토레 드 다비드의 주민들이 만든 이 삶의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2012년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에 들고 나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