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무대 산둥성 구치소 수감
고위직 베이징 인근 수감 전례 깨
중국, 반부패 홍보 효과 극대화
중국 공산당 기율 위반과 부패 등 혐의로 체포돼 사법 기관으로 이송된 저우융캉(周永康·사진)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산둥(山東)성 랴오청(聊城)시 양구(陽谷)현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고 홍콩 봉황TV가 9일 보도했다.
저우가 부장(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들이 수감되는 베이징 근교 ‘친청(秦城) 감옥’이 아닌 현급 구치소로 간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양구현은 ‘수호지(水滸誌)’의 108호걸 중 한 명인 무송(武松)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 잡은 곳이다. 부패 척결 과정에서 잡은 호랑이(고위직 부패 공직자)를 호랑이가 죽은 곳에 가두면 반부패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부에서는 무송(시진핑 국가 주석)이 호랑이(저우융캉)를 잡듯 저우의 사형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구치소에 주로 성폭행범 등 잡범이 많이 수감돼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저우가 권력과 금전을 이용해 수많은 여성과 벌인 호색 행각은 일반 잡범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北京)에서 남쪽으로 529㎞나 떨어진 구치소의 위치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서 불과 50여㎞ 떨어진 친청 감옥으로 보낼 경우 저우 추종 세력의 동요나 결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우가 국가 최고 지도부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책을 읽고 반성하라는 배려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양구 구치소는 지난해 6월부터 교도관들을 상대로 ‘독서유랑(讀書漂流)’라는 이름의 책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국 구치소 중 교도관들의 독서 열기가 가장 높은 곳이다. 독서는 모범 죄수들에게도 허용되는데 독서를 통한 교정 활동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저우가 좋은 책을 읽고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청타오(程濤) 구치소 감독관은 “주로 좋은 철학 서적을 추천 받아 읽도록 하는데 교도관이든 수감자든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우는 독방에 수감돼 24시간 감시를 받고 있다고 중국 인터넷 매체들은 전했다. 양구현 구치소 독방의 크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친청 감옥의 경우 국가 지도자급이 수감되는 독방은 200㎡ 규모에 양변기를 갖춘 화장실이 있고 자살 방지를 위해 벽을 미끄럽게 만들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 등 시 주석 취임 후 부패 척결로 낙마한 고위 공직자 대부분이 이곳에 수감된 이후 재판을 받았다. 문화혁명(1966~76년) 이후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내 장칭(江靑) 등 4인방도 이곳에 수감됐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