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애플, BMW, 루이비통 등 글로벌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신징바오(新京报) 등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해외기업이 이번 인민은행의 기습 위안화 절하 조치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애플과 얌 브랜드이다. 애플은 인민은행의 위안화 조치가 발표된 후 지난 11일 기준으로 주가가 전날보다 무려 5.2%나 떨어져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KFC, 피자헛 등 브랜드의 모기업 얌 브랜드 역시 주가가 전날보다 4.9% 하락했다.
애플은 지난 2분기 중화권 지역의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나 증가했는데, 이번 위안화 절하로 인해 아이폰 수입 원가가 올라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가 상승해 판매 수요가 줄어들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얌 브랜드는 올 상반기 영업수익의 52%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지난해 매출의 19%를 벌어들인 독일 자동차업체 BMW도 주가가 4% 하락했으며 프랑스 명품브랜드 패션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스위스 명품 시계업체 스워치(Swatch)도 중국 고객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 우려돼 주가가 각각 5.4%, 3.6% 하락했다.
퀄컴, 엔비디아, 인텔 등 주요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업체 역시 주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소비자상품 회사들과 소매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일본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 20여 곳을 운영하는 라옥스 주가는 지난 11일 전날보다 3.2% 하락했으며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 주가는 4.8%, 식품회사 메이지 홀딩스 주가는 4.5% 떨어졌다. 메이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많이 사가는 초콜릿을 판매한다.
중국 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중국 항공업계로 항공기 구매를 위해 진 부채 중 대부분이 달러화로 되어 있어 주가가 급락했다. 남방(南方)항공은 홍콩 증시에서 지난 14년간 최대 하락폭인 18.52%를 기록했으며 동방(东方)항공도 17.38% 하락했다.
반면 해외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 기업은 화색이 돌고 있다. 중국의 PC 제조업체인 레노보(Lenovo, 联想)의 주식 가격은 전날 대비 2.9% 올랐으며 중국기계설비공정(CMEC)의 주가도 최대 5.9%까지 올랐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华为)와 중싱(中兴) 등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상하이 인터넷매체 펑화이뉴스넷(澎湃新闻网)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전세계 시장에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인민은행 외환교역센터는 12일 달러·위안화 중간가격(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62% 올린 6.3306위안(1,141.22원)으로 고시했다. 교역센터는 앞서 전날에도 환율을 그 전날보다 사상 최대폭인 1.86% 기습 올린 바 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