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이어졌던 홍콩의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雨傘革命)’이 어제(28일) 1주년을 맞았다.
<'우산혁명' 시위 1주년 기념 행사 (사진=성도일보)>
일부 시민단체들은 시위 정신을 기념하며 애드미럴티(Admiralty) 홍콩정부청사 근처 팀메이 애비뉴(Tim Mei Avanue)에서 시위의 상징이었던 노란 우산을 나눠주는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웡치퐁(黃之鋒, 조슈아 웡) 등 시위 주요인사들 역시 참석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참가자들이 오후 5시 58분 우산을 들어 작년 같은 시간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액을 최초로 살포했던 순간을 기념하며 절정을 이뤘다.
‘우산혁명’ 시위 발기인인 타이이우텡(戴耀廷)은 “’우산혁명’은 홍콩 민주운동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이를 계기로) 향후 홍콩의 민주 역량이 더욱 커질 것이고, 결국 민주가 홍콩에 정착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집회는 지난해 우산혁명과는 다르게 도로를 점거한 상태에서 개최되지는 않은 채 평화로운 모습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수가 많아지자 경찰은 팀메이 애비뉴를 통제했다. 우산을 들고 5분간 묵념하던 참가자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시 등장한 '나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 시위구호 (사진=SCMP))>
시위에 참가한 단체들은 노란 우산과 리본, 티셔츠 등 작년 ‘우산혁명’의 기념품들을 나눠 주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집회는 오후 7시경 평화롭게 해산했으며, 경찰은 이날 참가자 수를 최대 9백여 명으로 집계했다.
한편 근처에서는 약 1백여 명이 ‘센트럴 점령이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佔中不代表我)’는 구호를 외치며 ‘우산혁명’ 기념 행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다행히 두 세력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우산혁명’은 과연 홍콩 시민들에게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가? 작년 시위는 뚜렷한 지도층 없이 지지부진한 끝에 79일 만에 막을 내렸고, 입후보자에 제한을 두려 했던 행정장관 직선제 홍콩정부안 역시 입법회(立法會)에서 부결돼 결국 돌아오는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다시 한번 간선제로 행정장관이 선출되게 됐다.
1천 명이 안 되는 이번 기념집회 참가자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홍콩 시민들은 현재 성과 없이 장기화된 민주시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는 홍콩의 경기 침체 역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민주세력에게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우산혁명’ 1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민주화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세력에게 남은 숙제는 일반 홍콩시민들의 참여와 결집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 그리고 그 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집시켜 중국 중앙정부에 전달하느냐일 것이다. 이제 막 맹아(萌芽)를 보이기 시작한 홍콩 ‘풀뿌리 민주주의’의 앞길은 아직도 험난해 보인다. [홍콩타임스 박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