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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민간인"

[기타] | 발행시간: 2015.12.17일 15:50

어렸을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동년 시절이 더없이 그립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하나, 둘 도시로 떠나면서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우리들의 기억속에 하나의 지명으로만 어렴풋이 남아있다. 함께 잊혀져 간 것은 사회의 발전과 함께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는 "민간인" 들이다.

사라져 가는 시골의 이발사

어렸을때 한달에 한번씩 머리를 깎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동네 이발사가 머리를 만지는게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번마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내 "헤어 스타일"을 이발사에게 맡길수 밖에 없었다. 동네 이발사는 키가 작고 거동이 불편한 아저씨였다. 하지만 솜씨가 좋고 가격이 적당해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았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은 "이발사" 라는 전문적인 용어 보다는 머리깎이 아저씨라 불렀다.

월말이면 머리깎이 아저씨가 이발 상자를 들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 상자 안에는 가위 두개와 면도기 하나, 면도날을 세우는 혁대가 전부였다. 머리깎이 아저씨는 아버지의 수염을 깎을때 항상 혁대를 꺼내 칼날을 몇번 슥슥 문질렀다. 그러면 잘 세워진 칼날이 번쩍거렸다. 때묻은 빗과 면도크림 대신 사용하던 비누거품도 기억에 생생하다. 머리깎이 아저씨는 나름 솜씨에 자부심이 있었다. 매번 머리를 깎고 나면 거울을 가져다 비춰 보이며 어떠냐고 물었다.

그때 그 시절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머리깎이 아저씨한테서 머리를 잘랐다. 아저씨는 월말에 한번씩 찾아 오는데 마을 어르신들은 손주들을 데리고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곤 했다. 머리깎이 아저씨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솜씨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부터 중학교 까지 나는 머리깎이 아저씨 한테서 머리를 갂았다.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나는 미장원을 찾았다. 한번은 머리깎이 아저씨가 집에 찾아왔길래 어쩔수 없이 깎았던 기억이 있다. 머리깎이 아저씨는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내 말을 잘 들어줬다. 가끔 학교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토로 할때도 있고 나를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머리깎이 아저씨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느 하루 나는 우연히 머리깎이 아저씨를 만나게 됐다. 하지만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변해있었다. 아버지는 그 아저씨가 치매에 걸렸다고 알려줬다. 습관처럼 익숙하던 모든 것이 아저씨 한테는 생소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예전에 쓰던 가위는 기억할까? 자신이 머리깎이 아저씨였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을까?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때 아저씨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머리를 깎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그 집에서 식사할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아저씨는 식사 값으로 이발 비용을 받지 않았다. 아저씨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고등학교때 마을에는 미장원이 많이 들어섰다. 머리를 자르는데 15원~20원이 기본이었고 펌이나 다른 헤어스타일을 원하면 100원대로 올라갔다. 멋을 내고 싶은 동네 젊은이들은 가격이 비쌌지만 그래도 미장원을 선호했다. 그때 부터 머리깍이 아저씨가 마을을 찾는 회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끔 어른신들이 머리깎이 아저씨를 찾았지만 젊은이들은 대부분 미장원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여름방학때는 거의 아저씨를 만난적이 없었다. 가끔 아저씨를 찾던 어르신들도 거의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그후 나는 대학원에 들어갔고 겨울방학에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 때 아저씨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 동네에는 머리깎이 아저씨의 시장이 사라져간 것이다. "머리갂이 아저씨"는 하나의 명사로 기록되고 마을 사람들의 추억속에 남게됐다. 시간은 흐르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리고 우리 동네 이발사는 이렇게 사라져 갔다.

번역/편집: 조옥단

korean@cri.com.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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