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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도 아파요 사람처럼 느껴요

[기타] | 발행시간: 2012.02.17일 21:20
[한겨레][토요판]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조금 전 일도 쉽게 까먹는 사람을 '붕어 기억력'이라고 놀린다. 미끼를 물었다 빠져나간 붕어가 3초만 지나면 다시 먹이를 문다는 믿거나 말거나 얘기도 있다. 이렇게 머리가 나쁘고 사람과 많이 다르니 함부로 다뤄도 상관없지 않을까.

영국의 한 과학자가 과연 그런지 알 수 있는 실험을 했다. 송어의 입에 벌침을 주입했을 때의 반응을 본 것이다. 낚싯바늘에 걸린 것처럼 송어는 펄쩍 놀란 뒤 입술을 수조 바닥과 벽에 비비는 행동을 했다. 그리고 벌침을 주입하지 않은 송어보다 먹이를 먹기까지 2배의 시간이 걸렸다. 네덜란드의 연구자는 낚시에 걸린 잉어의 반응을 관찰했더니 갑자기 돌진하거나 토하고 머리를 흔드는 등 스트레스를 받은 행동을 보였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먹이를 먹었다.

이런 실험 결과를 보면, 바늘 맛을 보고도 또 미끼에 덤비는 붕어는 실제가 아니거나 먹이가 너무 부족한 환경 속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열목어를 낚는 플라이 낚시꾼은 그럴듯한 미끼를 거들떠보지 않는 고기를 만나면 최근에 다른 낚시꾼에게 잡혔다 풀려난 것인 줄 안다. 어떤 동물이든 고통을 감지하면 손상을 줄이려는 반사행동을 한다. 두뇌가 없는 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도 이런 능력은 있다. 우리가 고통이라고 하면 이런 반사행동을 넘어 뇌에서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이 있고 그 결과 행동과 생리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대뇌피질에서 고통을 인식하는데 대뇌피질의 상대적 크기는 사람에 이어 유인원, 다른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순서로 작아진다. 그렇다고 이 순서 끄트머리 동물이 사람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만일 고통을 느꼈을 때 먹이를 먹지 않고 반복적으로 특이한 행동을 한다면, 또 호흡과 심장박동이 늘고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이 늘어나는 생리변화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단순한 반사행동을 넘어 두뇌가 개입한 복잡한 반응을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분명히 사람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셈이다. 물고기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으면 숨이 가빠지고 외부 자극에 무뎌지는 등의 생리반응을 보이고, 모르핀을 투여하면 이런 현상이 사라진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가 한동안 먹이를 먹지 않는 행동은 사람이 사고를 겪고 상처가 아문 뒤에도 심리적 트라우마가 남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의 낚시인 사이에는 잡은 고기를 놓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미늘 없는 바늘을 쓰고 잡은 뒤 최대한 빨리 놓아주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나아가 상업적 어획과 밀식 양식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선진국에서 높아지고 있다. 깊은 바다에서 빨리 끌어올린 그물로 인해 물고기의 눈이 튀어나오고 위장이 입 밖으로 부풀어져 나온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뱃전에 올려진 물고기는 서서히 질식하거나 동료에 눌려 압사한다.

사실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돼지와 닭을 산 채로 매장하는가 하면 사료가 없다며 소를 굶겨 죽이는 마당에 물고기의 고통을 얘기하는 게 한가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고, 또 애초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른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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