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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가고, ‘간장녀’의 시대가 왔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6.15일 03:00
2030 소비패턴, 글로벌 위기에 ‘실속 짠물형’으로 변화

금융회사에 다니는 박모 씨(31·여)는 매년 1, 2개씩 명품 가방을 사던 습관을 최근 끊었다. 박 씨는 “노트북과 서류파일이 무거워 배낭을 샀더니 버스 탈 때 너무 편하다”며 “대기업 상속녀가 아닐 바에는 무리해서 무겁고 비싼 핸드백을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 소비문화의 한 축을 이뤘던 일명 ‘된장녀(남)’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무리해서 명품 가방을 사고 수입 화장품을 바르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된장녀(남)는 2006년 유행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낳았던 사회현상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부터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된장녀들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들과 정반대로 자기과시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짠물 소비패턴을 지닌 ‘간장녀(남)’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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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껴도 시크하게”

간장녀(남)는 버스와 전철을 애용한다. 그래서 정장에도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메는 것을 ‘스타일’로 소화한다. 세일이 없는 백화점 신상품은 사절이고,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를 선호한다. 할인카드를 부끄럽게 여기던 된장녀(남)와 달리 쿠폰도 열심히 챙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월별 쿠폰상품 매출 신장률을 조사한 결과 1월에는 17%였지만 5월에는 무려 3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쿠폰상품 신장률은 11%였다. 행사상품 판매 비율도 지난해 16%에서 올해(1∼5월) 18.2%로 커졌다.

최경운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불황으로 실속형 소비패턴이 자리 잡았지만 하루아침에 눈높이를 낮추기는 어렵다”며 “요즘 젊은층은 아끼면서 자신을 꾸미는 ‘칩 시크(Cheap Chic·싸면서도 멋있다는 뜻)’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패턴의 변화에 업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07년 공사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국제금융센터(IFC) 몰도 당초 기획과 달리 가격은 낮지만 스타일은 트렌디한 브랜드 위주로 입점시키기로 했다. 안혜주 AIG 코리안부동산개발 전무는 “여의도동 거주자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80만 원으로 강남구 거주자의 가구당 평균소득(550만 원)보다 높아 서울시내 최고 수준이지만 명품보다는 합리적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맞게 쇼핑몰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장녀(남)는 명품을 사더라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최근 침체된 백화점 명품 가방 시장에서 프라다만 유일하게 성장률이 치솟는 점도 ‘실속형’ 소비패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라다의 사피아노 럭스 2274 모델 검은색은 ‘구매 대기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인기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프라다는 국내 가격을 이탈리아 및 홍콩 가격과 비슷하게 책정해 해외구매대행 대신 백화점에서 사는 것”이라며 “2274 모델은 가죽인데도 200만 원 안팎이라 700만 원대까지 치솟은 다른 명품 백보다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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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스토랑도 간장녀(남) 모시기

간장녀(남)를 위한 맞춤형 실속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최근 용량은 2배 이상으로 늘리고 가격은 동결 또는 20∼30%만 높인 ‘실속형 점보 화장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수입 화장품 거품 논란 등이 일면서 화장품의 mL당 가격까지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 ‘실속 마케팅’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된장녀(남)들의 주요 활동 동선 중 하나로 꼽히던 패밀리레스토랑도 잇달아 1만 원대 미만 메뉴를 선보였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이달 초 9900원짜리 풀코스 런치세트를 리뉴얼해 선보인 뒤 판매 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베니건스 역시 다양한 파스타 신메뉴를 이달 말까지 9900원에 판매한다.

연회비가 비싸도 품격을 드러내준다며 프리미엄 마케팅을 앞세우던 신용카드도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 하나SK카드는 ‘클럽SK’ TV 광고에서 배우 유준상 씨의 ‘판타스틱 다운’ 춤을 보여준다. 무릎을 점점 구부리는 이 춤은 그만큼 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을 강조했다. 임성식 하나SK카드 본부장은 “카드 혜택을 시각적으로도 전달하기 위해 춤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 된장녀(남) ::

분수에 맞지 않게 자기과시적인 소비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2005년부터 인터넷 신조어로 나오기 시작해 2006년에는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어원은 젠장이 된장으로 변했다는 설, 아무리 뉴요커를 동경해도 토종 된장임을 비꼬는 데서 나왔다는 설 등이 있다.

:: 간장녀(남) ::

짠맛이 나는 간장처럼 짜게 소비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자기과시보다 실속을 중시하고, 발품과 정보력을 활용해 같은 제품을 남보다 싸게 사는 데 능하다.

동아일보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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