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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는 참 많이 다르네요"/이헌진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2.21일 11:22

By 이헌진 <동아일보> 베이징 지국장

  중국 베이징을 찾은 한국인들에게서 종종 이런 소리를 듣는다. 생각보다 발전한 중국, 생각보다 잘 사는 중국에 대한 감탄이다. 처음 방문한 나라에서 기존에 직간접적으로 가져왔던 인상과 실제 간의 괴리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첫째, 이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이고, 둘째, 이 사람들이 한국의 지도층 인사라는 점이다.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웃인 중국에 대한 철 지난 인식은 분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정치계 인사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중국 사람들이 이제 간신히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한 줄 알았는데…”라면서 “중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몇몇 인사는 ‘중국이 사회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성장이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을 걱정한다’는 말에 “중국이 언제부터 중진국이냐”고 되물었다. 중국인 13억 7000만 명의 201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382달러(국제통화기금 기준)였다. 이웃 베트남의 1174달러보다 4배 가까운 높은 수치다. 중국의 전체 GDP는 이미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를 굳혔다.

  주중 한국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5개의 프리즘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오랫동안 조공을 바친 옛 조선의 시각으로 본 ‘문명대국 중국’이라는 프리즘이다. 두 번째는 서구 열강에 이리저리 뜯어 먹힌 ‘이빨 빠진 호랑이’ 중국이다. 세 번째는 이른바 ‘중국 공산당’으로 6•25전쟁 때 ‘죽이자(殺)’라고 쩌렁쩌렁한 함성을 지르고 피리를 불면서 인해전술로 몰아 붙인 적성국이자 조선의 친구인 중공이다. 네 번째는 한국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대약진이네 문화혁명이네 하면서 이데올로기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죽(竹)의 장막’ 중국이다. 마지막으로는 개혁개방 30년 만에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자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현재의 중국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인 대부분이 이 중 2, 3개의 프리즘으로 중국을 보고, 그게 중국이라고 착각한다고 그는 결론지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본 기자 역시도 이런 시각에 매여 있다는 것을 종종 깨닫는다. 중국의 궐기(崛起•떨쳐 일어남)에, 13억 7000만 명의 대인구가 배불리 먹고 사는 ‘원바오(溫飽)’ 문제를 역사상 최초로 실현한 것에 감탄하다가도 뿌연 베이징의 하늘을 볼 때나, 신문을 장식하는 ‘하수구 식용유(地溝油)’ 등 상상을 초월하는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는 “중국이 그렇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 보는 서양인들 역시도 “여긴 중국이야(TIC•This is China)”라는 말을 내뱉는다고 한다. 분명히 한국인이 중국에 갖는 느낌은 다소 혼란스럽다.

  사실 한국인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 역시도 조선시대-일제 식민지-한국전쟁(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이라 부른다)-남북분단-고도성장-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등 롤러코스트를 탄 것 같은 엄청난 변화를 짧은 시간에 겪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서로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변했다. 그 때문에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서로에 대한 인식이 복잡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식이 현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불일치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양국은 곳곳에서 서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제1 무역대상국이다. 또 한국은 중국의 제3 무역상대국이다. 또 서로에게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국가이기도 하다.

  서로의 진면목을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현장에 가서 느끼고 체험하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다. 옛 고사성어에 ‘안도색기(按圖索驥)’라는 말이 있다. 춘추시대 진(秦)나라 사람인 백락(伯樂)은 천리마를 알아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이런 지식과 경험을 정리해 ‘상마경(相馬經)’이라는 책을 썼는데 좋은 말의 조건으로 ‘반드시 이마가 나오고 발굽이 가지런하다’고 묘사했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이 흥분해 천리마를 찾았노라 달려왔다. 하지만 아들이 가리킨 것은 두꺼비였다. 지식뿐만 아니라 경험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고사성어다.

  한국인은 현재 연간 400만 명 이상이 중국을 찾고 있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다. 중국 땅 구석구석에 한국인들이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 다행히 이들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현상과 인식의 불일치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인도 연간 200만 명 안팎이 한국을 찾고 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한국에서 발견하는 일이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의 명소와 거리 곳곳에는 중국어 안내방송이 들리고 중국어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의 변화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서로에 대해 관심과 지식은 있지만 그 실체를 체감하지 못하는 양국의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의 시각이다. 이들이 솔선수범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상대국을 느끼며 경험하길 권한다. 옛 선비의 말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 있다. 학문에서의 배움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통하는 진리다. 한국과 중국도 서로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필요 이상의 이해와 우의가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바로 서로를 찾고 알아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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