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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마해영, 손민한 그리고 2012년 올스타전

[기타] | 발행시간: 2012.07.21일 16:53

2001년 초겨울이었습니다. 1990년대 롯데의 심장인 마해영이 선수협 창설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이미 같은 방법으로 최동원을 잃은 자이언츠 팬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직전 2년간 평균타율 0.344, 58개 홈런과 333개 안타를 때려낸 30살의 프랜차이즈 4번 타자가 쫓겨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대학 언론사에 있던 저는 인터뷰를 요청했고, 마해영은 삼성 라이온즈의 경북 경산 볼파크 연습장으로 저를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언론사도 들어주지 않던 얘기를 일개 대학 언론사에 늘어놓으며 하소연했습니다.

마해영은 오랜 동료인 임수혁이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가족에게 주어진 참담한 수준의 보상을 목격했습니다. 최저 연봉임에도 자기 돈으로 장비를 구입하던 2군 선수들의 현실에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 야구 선수 중 야구로 평생의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선수는 10분의 1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일 슈퍼게임에 참가해 일본의 선수노조를 체험한 선수들은 한국 야구의 미래와 동료의 생계를 위해 뜻을 모았습니다. 스타 선수들이 총대를 멨고, 선두에 서 있던 양준혁·마해영·심정수 등은 줄줄이 트레이드당했습니다. 그렇게 선수협은 스타 선수들이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며 기어이 만들고 싶었던, 야구 선수들의 최후 진지였습니다.

2012년. 기존 구단들의 담합으로 10구단 창단이 무산됐습니다. 선수협은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들었습니다. 어김없이 ‘팬들을 볼모로 한다’라는 비판이 등장했습니다. 근데 좀 이상합니다. 지금 선수협에서 목소리를 내는 주축은 10구단이 창단되지 않아도 선수 생활에 지장이 없는 선수들입니다. 선수협에서 앞장선 선배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배와 동료를 살리는 길인 10구단 창단을 위해 다시 전선에 섰습니다. 박동희 기자는 “미국과 일본 선수들이 제 밥그릇을 위해 파업하는 것과 달리, 한국 야구 선수들은 야구의 미래를 위해 파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올스타전에서 동군의 10개 포지션은 팬이 가장 많은 구단답게 모두 롯데 선수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만약 올스타전이 보이콧된다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들에게 10게임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린다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자이언츠는 또 문제의 핵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자이언츠 팬들에게 호소합니다. 1980년대 최동원, 1990년대 마해영, 2000년대 손민한, 시대를 대표한 우리의 전설들은 모두 선수협에 연루돼 팀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평생 심장에 품고 살 수 있는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롯데 팬들의 그 위대한 응원 문구처럼, 우리의 전설들이 배트와 글러브에 피를 묻히면서도 대를 이어가며 포기하지 않던 그 꿈을, 우리가 지켜줍시다. 우리 한번 볼모가 돼줍시다.

스트라이크(Strike)의 다른 뜻은 ‘파업’입니다. 우리, 선수협이 던지는 승부구를 응원해줍시다. 구단들이 현재의 돈벌이를 지키려 애쓸 때, 우리는 선수들과 함께 야구의 미래를 지킵시다.

사직아재·칼럼니스트

*편집자주 : 지난 7월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작업이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야구위의 창단 의지를 믿고 올스타전 보이콧 선언을 철회했습니다. 그러나 삼성·롯데·한화 등 일부 구단의 반대로 10구단 창단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선수협은 내년 2월 전지훈련과 3월 제3회 세계야구클래식(WBC) 불참 등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 한겨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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