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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이 연애 안 하는 까닭

[기타] | 발행시간: 2012.07.28일 02:35

대학생 박모(24)씨는 초등생, 고1, 고3, 재수생까지 과외 5개와 학원 아르바이트까지 해 매달 130만원을 번다. 등록금은 부모가 보내준다. '월화수목금금금' 생활로 또래보다 수입이 많지만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그는 "아끼고 아껴 2,900원 남은 달이 유일한 흑자 가계부였다"고 말했다.

실제 박씨의 5월 가계부엔 월세 40만원, 식비 및 생필품 23만원, 동생 지원 23만5,000원, 공과금 8만원, 통신비 5만6,000원, 교통비 18만원, 병원비 5만원, 과외준비 3만원이 적혀있다. 친구 만날 짬도 없는 그가 누린 유일한 여유는 고향(전북 군산시) 방문이었다. 하지만 차비로 4만5,000원이 드는 바람에 가계부는 마이너스(-) 6,000원이 됐다.

밀린 공부를 하느라 2시간 반밖에 못 자는 날도 허다하다. 박씨는 "연애할 시간도, 낭만을 누릴 새도 없이 계속 일만 하는데 항상 돈이 부족하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만약 등록금마저 제 손으로 벌어야 한다면 당장 빚에 쫓기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그는 한달 용돈 3만원으로도 돈 걱정 없던 고교 시절이 그립다.

여대생 김모(24)씨는 어릴 때부터 대학 입학 전까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수백만원을 저축했다. 그러나 현재 잔고는 거의 바닥이다. 매달 아르바이트로 60만원 남짓 벌고 있지만 월세 내고 생활비 쓰면 늘 적자인지라 곶감 빼먹듯 예금을 헐어 쓴 탓이다. 아프기라도 하면 아르바이트도 하지 못한다. 그는 "그나마 저축 덕에 버틴다고 여기면서도 언제 다시 돈을 모아보나 하는 두려움이 더 앞선다"고 푸념했다.

유모(24)씨는 몇 년 전 부족한 생활비 탓에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빌렸다. 그러나 고리(연 49%)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가 생겼다. 그는 "198만원의 빚이 어느새 488만원으로 불어 휴학까지 하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유씨는 최근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해 이자(290만원)를 면제받았다.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다달이 원금을 갚아나가는 것도 버겁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가난하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자라더라도 일단 성인이 되는 시작단계인 대학에 가면 당장 생활고에 직면한다. 일부는 채무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치솟는 등록금, 비싼 주거비용, 고물가 등 삼중고에 시달리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저임금 아르바이트 정도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구조다.

예전 고학생(苦學生)은 그나마 나았다. 제 손으로 등록금을 벌더라도 대학생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따뜻했고, 낭만을 즐기거나 사회 참여할 여지도 있었다. 무엇보다 취업걱정은 지금보다 덜했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말을 미덕으로 여긴 것도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됐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은 그야말로 스튜던트푸어(Student Poor)다. 현실의 간난신고를 버티려면 시간 뺏기고 돈 축나는 연애처럼 어지간한 건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당장 먹고 죽을 돈도 없는" 그들에게 결국 저축은 닿을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설사 취업이 된다 해도 저축 의욕은 완연히 꺾인 뒤다. 벌이도 시원치 않을뿐더러 대부분은 취업 후 학자금대출 상환 부담에 짓눌린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학자금대출 이용자는 매년 70만명이 넘는다. 학자금대출 연체로 인한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는 올 6월 기준으로 2008년보다 3.6배 늘어난 4만명에 육박한다.

회사원 박모(27)씨는 "졸업 전에 학자금대출 800만원을 갚았지만 아직도 2,000만원이 남아 저축은커녕 빨리 갚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김모(28)씨는 "취직 후 6개월간 무리해서 적금에 들었는데 생활고에 허덕여서 중도에 깼다"며 "걱정되긴 하지만 지금 여유 있는 삶을 택했다"고 말했다.

저축이 담보할 미래도 불투명해 자발적인 저축포기도 늘고 있다. 저축의 가장 큰 이유랄 수 있는 집값은 월급쟁이가 10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을 만큼 요원한 얘기다. 회사원 이모(25)씨는 "집 장만하려고 하는 저축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 대학원 조교 황모(27)씨는 "매달 30만~40만원의 여윳돈이 생기지만 통장에 쌓아두지 않고 취미생활인 스쿠버다이빙에 쓴다"며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스튜던트푸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축포(저축포기) 세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마이너스 저축이 지속된다면 2030세대의 은퇴 후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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