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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미학과 신화적 상상력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2.02.18일 09:33
석화 작사, 고창모 작곡의 이라는 노래를 연변TV음력설문예야회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였다. 이 노래는 개봉되자마자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가사만 본다면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을 낯설게 만들었다고 할가, 위대한 모성과 젊은 생명에 대한 자각, 깨달음을 참신한 시적 구성과 이미지로 펼치고 있다.

먼저 가사를 보기로 하자.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은

해가 뜨고 달이 뜨는 곳이랍니다

아득한 산머리에 솟는 해님은

언제나 빛나게 한생을 살라는

어머님의 어머님의 부탁입니다

저산너머 천리만리 고향땅은 멀어도

어머니의 사랑 속에 이 몸은 자랍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은

해가 뜨고 달이 뜨는 곳이랍니다

창창한 밤하늘에 뜨는 달님은

꿈결에도 앞날을 펼치여보라는

어머님의 어머님의 마음입니다

저 산 너머 천리만리 고향땅은 멀어도

어머니의 사랑 속에 이 몸은 자랍니다

이 가사는 첫머리에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은 어떠한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 범속한 시인이라면 우리가 늘 보아오던 어머니의 모습이나 고향의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그것은 고향의 우물가일 수도 있고 산기슭에 서 있는 초가삼간일 수도 있으며 “음메-”하고 어미소가 송아지를 찾는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석화 시인은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은 “해가 뜨고 달이 뜨는 곳”이라고 했다. 시인의 예술적 발견과 신화적 상상력에 토대한 은유적 발상이 놀랍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해와 달은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우리 풍속에도 꿈에 태양을 삼키거나 달과 합쳐지는 것을 보면 아들을 낳고 해와 달이 한꺼번에 방안에 드는 꿈은 귀한 아들을 낳을 징조이다. 이처럼 자고로 태양은 광명과 영원성, 풍요와 자애를 상징했다.

이 가사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은 해가 뜨는 곳이라 했을 뿐만 아니라 달이 뜨는 곳이라 했다. 신화와 전설, 무속과 민속에서 해는 남성을, 달은 녀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달은 천신이나 조상신, 풍요와 흥망성쇠, 재생과 조화를 나타낸다. 달은 차서 기울고, 기울었다가 다시 찬다. 달의 차고 기움은 생명의 탄생에 이은 성장과 로쇠에 비유됨으로써 중단 있는 영생과 재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동양문화 전반을 보아도 달은 천신, 녀성, 풍요, 재생을 상징한다. 중국인들은 가을의 달이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추석날이면 달에게 특정의 상징성을 지닌 제물을 바쳤다. 조롱박은 가정의 결속을, 석류는 자식이 많음을, 배는 평안을 상징한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만든 둥근 달떡, 즉 월병은 만월의 모양과 같지 않은가. 아마도 달을 노래한 가장 아름다운 시는 시선 리백이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면서 쓴 시가 아닐가 싶다.

침상 앞의 밝은 달빛

마치 땅에 서리 내린 듯

머리 들어 밝은 달 바라보다

고향 생각에 고개를 숙인다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举头望明月, 低头思故乡。)

25살에 청운의 꿈을 품고 고향인 사천성을 떠난 지 두 해가 지났지만 벼슬자리에는 오르지 못하고 돈은 떨어지고 병도 얻어 양주의 한 객사에 머물 때 쓴 시인지라 달빛은 서리와 같다고 한 탁월한 비유가 빛나지만 그 바탕에는 불우한 시인의 우울한 정서가 깔려있다.

그렇지만 석화의 시에는 우리 민족의 력사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미래에 대한 환희와 희망이 넘치고 있다. 석화의 가사에서 보면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은 해와 딸이 뜨는 고장으로 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연변은 아름다운 신화와 전설, 마를 줄 모르는 생명력이 간직된 고장이라는 사실을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해와 달의 광명과 영원성, 녀성과 풍요, 재생과 융합 등을 노래했으되 이를 딱딱한 개념으로 구구히 설명하지 않는다. 가사의 구조 역시 단순하되 시종일관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시적 언어, 신화적인 이미지로 구체화시켜 표현한다. 여기에 또 이 가사의 매력이 있다. 이를테면 어머니는 “아득한 산머리에 솟는 해님”이라 했고 “창창한 밤하늘에 뜨는 달님”이라고 했으며 그것은 “언제나 빛나게 한생을 살라는 어머님의 부탁”이요, “꿈결에도 앞날을 펼치여보라는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님은 “저 산 너머 천리만리 고향땅”에 계신다고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김소월이 에서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는 너무 넓구나”라고 노래했 듯이 어머님과 자식, 고향과 시적 화자와의 까마득한 거리를 통해 해빛과 달빛이 내리는 무한대의 공간적 폭을, 삼라만상을 골고루 비추는 해님과 달님의 모습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모성애의 거룩함과 영원성, 자라나는 세대들의 효심과 향토애를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요컨대 이 노래는 글로벌시대 또는 리산의 시대에 천애지각에 널려 살고 있는 우리 조선족 형제자매들이 어머니와 고향을 그릴 수 있고 리산의 한과 슬픔을 달랠 수 있으며 새로운 삶의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작품이 아닐가 생각한다. 말하자면 자질구레하거나 지저분한 객관적 상관물을 다루고 “죽은 비유”들이 란무하는 시단에 참신한 상징과 은유의 무지개를 드리운 작품이라 하겠다.

이 노래는 곡도 좋다고 생각되나 곡에 대한 론평은 음악분야의 전문가에게 부탁하고 싶다.김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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