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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아이 안경 맞췄더니… "뭐 얼마?" 멘붕

[기타] | 발행시간: 2012.08.31일 14:30
[줄리아 투자노트] 70만원 내고 속앓이... '매몰비용' 함정에 빠지다
미국에선 안경이 너무 비싸니 한국에서 해가지고 가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 안경을 새로 하게 됐다. 아이가 풋볼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 콘택트렌즈를 끼거나 헬멧에 맞는 스포츠안경을 새로 맞춰야 했다.

렌즈를 할 생각으로 안경점에 가서 검안을 했다. 검안사에게 렌즈를 할 생각이라고 했더니 아이 나이가 너무 어리다며 렌즈는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스포츠안경을 선택하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헬멧을 갖고 오지 않아 불안했다.

안경점 매니저는 여기 스포츠안경은 모두 헬멧에 맞으니 걱정 말라며 장담했다. 그래도 불안해 헬멧을 갖고 오겠다고 했더니 일단 스포츠 안경테와 렌즈를 사놓고 가라고 했다. 먼저 결제한다는게 내키지 않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이러저러하다 보니 결제를 하게 됐다.

아이 헬멧을 갖고 오니 그 매장 모든 스포츠 안경테가 헬멧에 맞지 않았다. 맞지도 않은 스포츠안경을 살 순 없다고 했더니 이미 결제를 했으니 환불해줄 순 없고 아무거나 사라고 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따졌더니 이 매니저는 "영수증에 환불 안 된다고 찍혀 있고 당신이 너무 흥분해서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와 얘기하더니 나중에 줄을 주문해 헬멧에 맞게 제작해 줄테니 일단 안경을 갖고 가라며 아이가 써봤던 많은 스포츠 안경테 가운데 가장 얇은 안경테를 가지고 안경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에게까지 화가 나 아이를 야단쳤다. 하지만 환불도 안 되고 제작된 안경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그 안경테는 헬멧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안경알이 자꾸 빠졌다. 그 안경은 검안비까지 무려 650달러, 한국 돈으로 70만원 돈이었다. 한국에서 샀으면 10만원이나 될까 하는 안경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분노의 나날이었다. 다시 안경점에 가서 다른 것과 바꾸고 싶었지만 그 매니저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속으로만 끙끙 앓고 화는 화대로 나고 아이까지 미워졌다.

이렇게 3일을 지내다 내가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의사 결정을 내려 써버린 돈으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이미 써버려 어떻게 할 수도 없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운 비용이다.

많은 기업이 매몰비용이 아까워 승산도 없는 프로젝트에 계속 돈을 투자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회복 가능성이 없는데도 원금 생각이 나서 손해난 주식을 팔지 못하고 계속 보유한다.

매몰비용은 이미 사라진 과거의 돈인데 우리의 현재를 계속 지배한다. 650달러는 이미 써버린 돈인데 나는 그 돈이 아까워 현재 생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가족들에게까지 짜증을 내며 다른 생활까지 망치고 있었다.

인터넷 생활만화 '어쿠스틱 라이프'에 이런 일화가 있었다. 만화가가 이사를 하기 위해 전세를 알아보다 분위기에 휩쓸려 선뜻 계약을 하고 만다. 그런데 계약을 하고 보니 융자가 있는 집이었고 아주 위험하진 않았지만 100% 전세금을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만화가가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속상해하고 있는데 남편이 말한다. "계약금은 포기하자." 만화가 아내가 묻는다. "계약금 안 아까워?" 남편은 이렇게 대답한다. "졸라 아까워. 하지만 네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해."

매몰비용은 아깝다. 하지만 그 매몰비용을 아까워하다 현재 마음의 평화가 깨진다면 손해는 오롯이 나와 가족의 것이다. 과거를 안타까워하는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다.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 다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거 잘못을 돌아보는 반성은 유효하다. 미래는 바꿀 수 있으니.

쉽진 않지만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다른 것으로 바꾸거나 렌즈로 바꿀 수 있는지 차분히 얘기해보고 안 되면 650달러를 머리에서 지우기로 했다. 돈은 아깝지만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하므로.

그리고 만화에 소개된 명언 하나. "쇼펜하우어가 그러는데 야비한 일을 당했을 때, 이상한 인간 광물 표본을 하나 발견했다고 생각하면 분노할 일이 없대." 그래, 이 지구상엔 이상한 인간도 발을 딛고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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