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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억대 연봉자가 왜…" 속끓는 은행들

[기타] | 발행시간: 2012.12.13일 03:03
5년간 일정 금액 갚아나가면 남은 대출금은 모두 탕감

작년 개인회생 신청자 6만명, 올해는 9만명 달할 듯

법원, 신청자중 70~80% 인가… 개인회생 상담에 20만~40만원

변호사까지 가세 무차별 권유

"멀쩡한 직장 갖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뻔뻔해도 되는 거예요?"

며칠 전 서울 강남의 A은행 지점에 근무하는 김모 부부장은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꽥 질렀다. 김 부부장을 화나게 한 사람은 대출 고객인 증권회사 차장 이모씨였다. 그는 8000만원의 A은행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살림이 쪼들려 이자를 낼 형편도 못 된다"며 두 달 전부터 연체 중이었다. 그는 은행에서 독촉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곧 갚을 테니 조금만 봐달라"며 버티면서 도중에 법원에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은행 김 부부장이 "억대 연봉자가 왜 개인회생을 신청하느냐"고 따진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이제 나한테 더이상 빚 독촉을 할 수 없으니 앞으로 전화하지 마라"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대거 빚 탕감해 줘야 하는 금융회사 난감

요즘 은행들이 급증하는 개인회생 신청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인회생이란 빚이 많아 갚기 어렵게 된 개인이 법원에 원리금 탕감을 신청하는 것이다. 법원 인가를 받으면 소득에서 최저생계비의 약 1.5배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남은 대출 원금을 모두 탕감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4인 가족 가장이고 월 300만원을 버는 사람이 1억원의 빚에 대해 개인회생에 들어가면 최저생계비 150만원의 1.5배인 225만원을 제외한 75만원을 매달 갚는다. 이렇게 5년이 지나 4500만원을 상환하면 나머지 원금 5500만원은 전액 면제받는다.

개인회생은 성실히 노력해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과중한 빚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제도이다. 하지만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금융회사들의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이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회생이 인가된 대출을 분석해 보니 8.5%가 대출을 받고 나서 4개월 이내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은 "멀쩡한 직업을 갖고 있는 고객이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혈압이 올라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경우 한 은행당 매년 3만명 정도를 개인회생으로 빚을 탕감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빚 탕감액을 1000만원이라고 잡으면 한 은행당 손실로 처리하는 대출금이 3000억원에 달해 4대 시중은행을 합치면 조 단위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런 실상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의 파장을 우려해 관련 통계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고객 중 매월 1000명 이상이 개인회생 인가를 받는데 법원에서 왜 그렇게 해줬는지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다"며 "이의신청도 절차가 복잡해 포기해 버린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신청 올해 9만명에 달할 듯

개인회생 신청자는 2010년 한 해 동안 4만6972명이었는데 지난해엔 6만5171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만 해도 작년보다 많은 6만7437명에 달해 연말까지 9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중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공보판사는 "급여 생활자, 자영업자를 가리지 않고 불황 때문에 빚 감당을 못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외부 인사가 포함된 심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개인회생 인가를 내주고 있다고 말하는데, 신청자 중 70~80%는 인가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변호사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도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전에는 개인회생 조언을 주로 법무사들이 했지만 최근에는 변호사까지 뛰어들어 무차별적으로 개인회생을 권유한다는 것이다. 개인회생을 조언해 주면 건당 20만~40만원을 받는다. 서울 서초동에 개업 중인 한 법무사는 "빚이 많아야 개인회생 인가를 받기 쉬워서 고의로 빚을 더 내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금융회사에는 미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회생이 늘어난 만큼 개인파산이 줄고 있어서 금융회사들이 엄살을 부린다는 시각도 있다. 개인파산 신청자는 2010년 8만4725명이던 것이 작년에는 6만9755명으로 줄어들었다. 2010년부터 수도권 법원을 중심으로 개인파산 심사를 엄격하게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회생은 일부라도 받을 수 있지만 개인파산은 대출받은 사람의 재산을 '0'으로 만들면서 곧바로 채무를 면책해 주기 때문에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다.

☞개인회생

일정한 소득은 있지만 빚이 너무 많아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이 법원에 채무 조정을 신청해 일부를 탕감 받는 제도. 2004년에 처음 도입됐다. 대개 월 소득에서 최저생계비의 1.5배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사용해서 5년간 성실히 빚을 갚으면 남은 빚은 액수와 무관하게 모두 탕감된다. 금융회사 대출뿐 아니라 사채도 채무 조정 대상이 된다.

조선비즈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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