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미. 사진캡처=KBS
지난 12일 비슷한 시간 두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의 눈물이 전파를 탔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한편에서는 감동의 눈물에 극찬의 목소리가 높았고 한편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바로 KBS2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와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4) 이야기다.
지난 '불후의 명곡' 엄정화 편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아이비보다 더 관심을 모은 가수가 있었다. 바로 '배반의 장미'를 부른 유미다. 데뷔 후 줄곧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로 살아온 한을 풀어내는 듯한 무대에 시청자들의 감동의 박수를 쏟아냈다. 사실 유미의 무대는 다른 가수들처럼 별다른 장치가 없었다. 오롯이 유미의 가창력에 기댄 노래가 무대의 전부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무대에 대중은 열광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사진제공=MBC
사실 유미는 CM송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와 영화 '미녀는 괴로워' OST '별'을 부르며 데뷔 초반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4년이 넘게 대중들에게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본인의 무대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커졌다. 이날 무대에서 유미는 이런 목마름을 한탄 섞인 한숨까지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무대를 지켜보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도 눈물을 흘렸고 '레전드'로 출연한 엄정화도 눈물을 흘렸다. 유미의 눈물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명곡 판정단 중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다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억지로 만들기 힘든 감동은 이런 장면에서 나왔다.
반면 '우결4'는 공감 없는 눈물로 네티즌들의 포화를 맞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준과 가상 부부로 출연중인 오연서가 이장우와의 열애설에 대해 해명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같은 눈물의 고백에 이준은 "네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내가 널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널 믿어주겠냐. 너만 떳떳하면 돼"라고 감쌌다. 마치 불륜을 용서해주는 '진짜' 남편이 된 것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연서의 눈물에 시청자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논란만 더 키우고 있다. 이장우와 오연서의 열애설은 오연서 측이 부인했지만 아직 의혹이 해소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결4' 제작진은 오연서에게 해명의 장을 만들어줬고 이 가운데 이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해명을 듣고만 있어야 하는 씁쓸한 상황을 맞았다. 진짜 부부가 아닌 가상부부 이야기에서 '열애설'이 느닷없이 등장하자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아직 오연서의 해명을 믿을 수 없는 대중들은 그의 눈물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네티즌 김모 씨(아이디 mis8***)는 "가상 프로그램에서 현실의 열애설을 끌어 들여와 해명하는 막장시트콤 드라마"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제작진은 오연서에게도 이준에게도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못할 짓을 해버린 것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우결4'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감동 코드로 열애설을 극복하면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려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복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충수가 돼 비난만 자초한 꼴이 돼 버렸다"고 전했다.시청자의 수준은 이제 제작진의 눈 밑에 있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 방송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그려주는 대로 받아먹는 시청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아무리 감동을 주려고 여러가지 장치를 덧붙여도 진실된 감동이 없으면 시청자는 감동하지 않는다. 반대로 장치가 없어도 진정성이 있다면 그 모습 그대로 시청자들은 감동한다. 이같은 현실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불후의 명곡'와 '우결4'이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