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체육부 오해원 기자]
포르투갈이 배출한 세계적인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루이스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호날두가 먼저 세계적인 스타로 빛을 봤고, 나니는 '제2의 호날두'라는 별명과 함께 큰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둘의 현재는 너무나 다르다. 특히 6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둘의 활약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경기서 호날두를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는 맨유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둬 1, 2차전 합계 3-2로 앞섰다. 예상보다 일찍 우승후보들이 만난 탓에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도 불렸던 맞대결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당당히 적지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실 나니는 이 경기서 맨유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팽팽한 0의 승부가 계속된 가운데 후반 3분 상대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의 자책골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나니였다. 그러나 나니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팀의 대선배인 라이언 긱스의 성인무대 1,0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이 쓰여진 이 경기를 완벽하게 망쳐버린 주역이 됐다.
나니는 골을 넣은 지 불과 8분만에 상대 수비수 알바로 아르벨로아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가슴을 걷어차는 행동으로 퇴장을 당했다. 상대 선수가 뒤에서 달려든 탓에 보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정작 문제는 공중 동작에서 아르벨로아의 가슴을 발로 밀어내는 동작이었다.
분명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돌출 행동이었다. 뿐만 아니라 나니의 퇴장이 초래한 이 패배는 1998~1999시즌 이후 처음으로 '트레블(3관왕)'에 도전하는 맨유의 거침없는 질주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결국 나니의 퇴장 판정에 불만을 품은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도 참석하지 않았다.
반대로 호날두의 경우는 달랐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맨유의 선수로 활약하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그는 변함없이 자신을 환영해 준 맨유의 팬들 앞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24분 결승골을 넣으며 변함없는 기량을 뽐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1차전과 마찬가지로 맨유를 상대로 한 승리의 주역이면서도 호날두는 기뻐하는 기색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것이 전부였다.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해준 친정팀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이었다.
더욱이 그는 경기 후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8강에 오른 것은 행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맨유가 탈락했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털어놓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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