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호기국제경제부 인턴기자]
"우리 집 개도 이것보다 잘 차려 먹는다"
폴란드의 한 병원에서 부실한 식단에 열 받은 환자가 내뱉은 말이다. 최근 폴란드의 일간지가 환자들이 찍은 사진을 모아 부실한 병원 식단을 고발한 기사가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뒤떨어진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폴란드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가제타 비보르차(Gazeta Wyborcza)'는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대충 조리된 음식이 현지 병원들의 환자 식단으로 제공된다는 내용을 독자들이 직접 찍어 보낸 제보 사진을 실어 보도했다. (ⓒ가제타 비보르차 웹사이트 사진 캡처)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폴란드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가제타 비보르차(Gazeta Wyborcza)'는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대충 조리된 음식이 현지 병원들의 환자 식단으로 제공된다는 내용을 독자들이 직접 찍어 보낸 사진과 함께 최근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병원의 환자 식단 사진에는 메마른 빵 한 두 조각과 소시지 한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스프도 독자의 제보를 통해 공개됐다. 신문과 인터뷰를 한 현지 영양사는 병원 식단에 대해 "균형 잡히지 않은, 아주 단조로운, 맛없는, 그리고 식어버린 식사"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신문사에 제보한 다른 환자 역시 팬케이크와 같은 모양의 물체를 보고 "아이들이 갖고 노는 원반인줄 알았다"며 "과연 이게 먹을 수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어떤 독자는 누구보다도 잘 챙겨 먹어야할 입원한 환자들이 먹는 식사가 교도소 수감자들이 먹는 음식과 비슷하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다수의 독자들은 이런 환자들의 제보 내용과 사진에 대해 흥미와 재미를 느낀 반면, 현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갈수록 질적으로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폴란드 의료 서비스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현지 블로그에 지난 해 소개됐던 폴란드와 그리스 병원 식사를 비교한 글. 좌측은 폴란드의 병원에서 제공되는 부실한 식사이며 우측은 그리스 병원의 식사이다. 우측 사진 설명에서 '파산한 그리스'라고 강조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병원들보다도 한참 뒤떨어진 폴란드 현지 병원들의 부실 식단을 꼬집었다. (ⓒ폴란드 블로그 kwejk.pl 사진 캡처)
텔레그라프는 폴란드 경제가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경제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병원들의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많은 병원들이 예산상의 문제로 환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식단을 제공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칼럼을 기고한 한 전문가는 부실한 병원 식사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며 자신이 프랑스의 병원에 입원 당시 먹었던 식사와 폴란드 병원의 현실을 비교했다. 그는 프랑스 병원에서 접한 식단에는 쌀이 들어간 오리고기와 송아지고기스튜, 감자요리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프랑스 병원 음식에선 폴란드 병원 식단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채소와 과일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텔레그라프는 폴란드에서는 병원식단의 부실로 인해 대다수의 환자들이 가족들이 직접 준비한 식사로 영양을 보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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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호기국제경제부 인턴기자 jo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