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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층 빌딩 짓는다던 곳에…'초고층 저주'

[기타] | 발행시간: 2013.03.19일 00:35

초고층 빌딩들, 스러진 바벨탑의 꿈

서울·수도권 9곳 중 8곳 수조원대 사업비 못 구해

첫 삽도 못 뜨고 좌초 위기, 주변 부동산시장에도 찬물

18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 앞. 이곳엔 몇년째 발길이 끊긴 채 방치된 공사 현장이 있다. 가칭 서울라이트타워. 두바이 부르즈칼리파(800m·160층)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656m) 133층짜리 빌딩 건설이 추진됐던 부지다. 그러나 부지 바로 옆 상암월드컵파크아파트 3단지 주민 김모(50)씨는 “어떤 건물이 들어서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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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서울의 랜드마크를 짓기로 하고 본격 개발에 나섰던 때는 2008년. 대우건설을 비롯한 민간사업자와 의기투합하면서다. 그런데 양측 의견이 갈렸다. 서울시는 공공시설 사유화 방지를 위해 133층의 80%를 업무시설로 지어야 한다고 했고, 민간사업자는 업무시설시장 포화 상태 를 들어 주거시설 비중을 늘리자고 맞섰다. 양측 은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결국 지난해 6월 백지화로 결론을 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서울 성수동 뚝섬에서 추진했던 110층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도 무산될 위기다. 이 회사는 기부채납 비중 등을 놓고 서울시와 수년째 협상을 해 왔다. 그러나 시의 요구대로는 사업성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 최근 협상을 중단했다.

 하늘에 닿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 '바벨탑의 꿈'이 부서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건립이 추진 중이던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9곳 중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를 제외한 8곳이 중단됐거나 중단 위기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중반 '서울의 랜드마크' '동북아의 허브'를 꿈꾸며 시작된 사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초고층 사업은 경제가 활황일 때 시작되지만 갈수록 경기과열로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을 맞는다는, 이른바 '초고층의 저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특히 초고층 사업은 일반 빌딩에 비해 사업성을 맞추기가 더 힘들다. 대우건설 건축사업본부 신동혁 부장은 “건축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보통 20~30층 오피스 빌딩 건축비의 3~4배 정도가 든다”며 “건축비가 워낙 비싸 100층 이상 빌딩으로는 경제성을 맞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 업무시설 시장 포화 상태가 불을 지폈다. 투자수익률도 이미 하락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수익률은 5.55%. 2011년보다 1.42%포인트나 하락했다.

 사업비가 수조원이나 되다 보니 여러 곳이 참여하는데, 이들 투자자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원인 중 하나다.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서로 손해를 덜 보려고 다투기 일쑤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제2롯데월드가 순항하는 것은 롯데라는 단일 컨트롤타워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층에는 상업시설, 중층에는 아파트, 고층엔 업무시설을 들이는 뻔한 계획도 문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고층 건물은 임대료가 비싸므로 사옥이나 금융센터 등 차별화된 콘텐트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부동산 경기만 믿고 콘텐트 없이 개발에 뛰어든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초고층 건물 개발이 백지화되면 주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만 해도 '동북아의 허브'라는 부푼 꿈으로 주변 집값·땅값이 급등했는데 사업이 축소되면 거품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전망도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선 사업자가 '사업성 있는 사업'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투자자 모두 조금씩 양보해 땅값 인하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고층 사업의 경우 관광자원화 같은 공공 성격도 있으므로 개발 사업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률이나 전담 조직을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황정일·권영은 기자

◆ 초고층의 저주(skyscraper curse)

1999년 미국 도이치 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간의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 경제가 활황일 때 시작되지만 완공 시점에서는 경기 과열로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다.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102층·381m)가 완공되면서 대공황이 깊어졌고,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88층·452m)가 완공된 98년에는 아시아가 외환위기로 휘청거렸다. 두바이 부르즈칼리파가 완공된 2010년에는 두바이 경제가 급락세였다.

중앙일보 황정일.권영은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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