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1, 2심에서 살인혐의 유무죄가 엇갈려 관심을 모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의 피고인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유죄가 선고됐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이승련 부장판사)는 27일 보험금을 노리고 노숙인을 살해해 화장한 뒤 자신의 시신인 것처럼 속인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손모(43·여)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살인 등의 13가지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1심 유죄, 2심 무죄, 3심 유죄취지 파기환송 등으로 판결이 엇갈리면서 관심을 끌어왔고, 손씨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무기징역형이 확정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액의 부채가 있는 피고인이 2010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최고 24억을 받을 수 있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는 데 필요한 사신을 획득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할 동기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건 당시 피해자 노숙인 김모(27·여)씨의 건강상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결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돌연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혼한 뒤 학원강사 등을 하던 피고인 손씨는 어머니(75)와 딸(초등학생)을 부양하면서 사업에도 잇따라 실패하고 거액의 빚을 지게 되자 2010년 3월 24억원을 탈 수 있는 7개 생명보험사에 가입한 뒤 월보험료 300만원을 납부했다.
손씨는 이어 같은해 6월16일 대구의 한 여성노숙자쉼터에서 피해자 김씨를 만나 자신을 부산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소개한 뒤 보모로 근무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김씨를 차에 태워 부산으로 향했다. 다음날인 17일 새벽 김씨는 손씨의 차 안에서 사망했으며, 손씨는 이미 숨진 김씨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서는 자기가 사망한 것처럼 접수했다. 손씨는 김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속여 검안의로부터 사체검안서를 받은 다음 시신을 화장해 바닷가에 뿌렸다.
검찰은 손씨가 사업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다음 주변 사람이 찾지 않을 여성 노숙인을 살해한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낼 계획을 세웠다며 손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손씨가 인터넷에서 사망보험금, 질식사 등을 검색한 점, 김씨의 시신에 구토와 타액 과다분비 등의 흔적이 있었던 점을 들어 독극물을 마시게 해 김씨를 살해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손씨는 "내가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김씨가 차에서 갑자기 숨져 순간적으로 김씨가 자신인 것으로 꾸미면 보험금 타내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는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로 판단하고 사체 은닉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고, 이후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살인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흠이 있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전상후 기자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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