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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자식이 취직 못하니 나라도 나가서 돈 벌어야지"

[기타] | 발행시간: 2013.04.26일 19:04
부모가 떠안은 '청년 취업난'… 고달픈 '캥거루족' 가구

“아들놈이 취직을 못하니 나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야지. 일하고 돌아와 다 큰 놈이 방구석에서 누워 있는 걸 보면 속이 터져. 정말 속이….” 김철명(가명·63)씨는 몇 년 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해 월 150만원 남짓 번다. 평생 성실하게 버스기사로 일해 3년 전부터 월 90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지만 세 가족이 먹고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큰딸은 시집을 보냈지만 함께 사는 막내아들(32)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가구공장을 다니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더니 2년 전부터는 아예 일자리를 알아보지도 않는다. 이른바 니트(NEET·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않는 사람)족이다.

◆그들은 왜 캥거루족이 됐나

26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우리나라 캥거루족 규모 및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캥거루족 중에는 김씨 아들 같은 니트족이 71.6%에 달한다.

최형아 책임연구원은 “저임금에다 불안정한 고용에 놓인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우니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 같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더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취업준비자로 남거나, 그냥 일하지 않는 미취업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캥거루족의 경제활동 유형을 보면 10년 전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0년 당시 캥거루족 중 상용직에 종사하는 비중은 8.2%였지만 2010년에는 4.8%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대로 임시·일용직은 3.8%에서 2010년 8.6%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정규직 직장을 얻지 못한 채 임시·일용직, 기간제 등의 비정규직 일자리로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거나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일자리도 정규직 45.5%, 비정규직 54.5%로 비정규직이 많았다. 비(非)캥거루족의 81.3%가 정규직 일자리를 가졌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78만8000원으로 비캥거루족의 181만4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조사 당시 통계청이 집계한 1인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가 9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자신의 월급만으로는 자립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알 수 있다.

◆고달픈 캥거루족 부모들

그렇다면 이들이 부모의 경제력을 믿고 의존하게 된 걸까.

통계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캥거루족의 부모는 비캥거루족 부모에 비해 월소득과 부동산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다.

캥거루족 부모의 월평균 급여는 204만원, 비캥거루족 부모는 이보다 19만원 많은 223만원이다. 근로소득을 비롯해 금융과 부동산, 사회보험 등 각종 소득을 모두 합한 가구총소득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캥거루족의 평균 가구총소득은 연 3669만6000원이지만 비캥거루족 가구는 이보다 훨씬 많은 5411만9000원이다. 근로소득 외에 금융자산이 있는 경우도 캥거루족 가구는 56.5%인 반면 비캥거루족은 76.6%에 달한다. 부동산 소유 여부는 비슷하지만 소유자들의 연평균 부동산소득은 비캥거루족 가구가 2077만원으로 캥거루족 가구 950만원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캥거루족 가구는 김씨네처럼 연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캥거루족 가구의 사회보험 소득은 연평균 917만3000원으로 비캥거루족 가구 512만1000원보다 400만원이 더 많다. 사회보험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노령연금(만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 대상), 실업급여 등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는 각종 지원금들을 포함한 것이다. 즉 캥거루족 가구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국가의 보조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캥거루족 부모들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 다 큰 자식까지 부양하느라 늙도록 일하고도 노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대 이명진 교수(사회학)는 “(취업난을) 사회가 해결해주지 않으니 부모가 떠안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가족 내에서도 많은 갈등 요인이 되고 있어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형아 연구원은 “졸업 후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오랜 취업준비나 사회부적응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청년들이 대기업과 공무원만이 답이 아닌 보다 다양하고 뚜렷한 직업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오현태 기자 leolo@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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