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로드맵 4원칙 제시
분쟁 중재 대국외교 시동
중국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동시에 초청해 중동 평화 프로세스 만들기에 나섰다. 압바스 수반은 5일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2박3일간의 국빈 방문을 시작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6일 상하이(上海)에 도착해 4박5일간의 방중 일정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이 중국을 동시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대국외교가 미국 주도의 중동질서에 공식 개입하면서 앞으로 중동 문제는 G2(미국과 중국)의 외교 대결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은 6일 압바스 수반을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고 신화사 등 중국 언론이 전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과 양측 평화공존을 견지하고 ▶양측이 어떤 경우에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1993년 합의된 '영토와 평화의 교환'이라는 오슬로 평화협정을 준수하고 ▶국제사회는 두 나라 평화교섭 과정을 보장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국 건설을 위한 당사국들의 합의이며, 이 합의에 따라 93년 7월 5일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에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시 주석은 회담 후 “팔레스타인 자치국 건설에 중요한 성과가 있었으며 양국 우호협력이 전면적인 단계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압바스 수반도 이날 “60년대 이후 양국관계는 더 공고해졌고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팔레스타인 해법에 대한) 견해가 일치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이스라엘에 분명히 전달해 양측 평화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은 유엔에서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격상하는 방안을 지지해 왔으며 67년 국경을 기초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1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원조를 제공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문제와 경제협력에 관심이 크다. 특히 그는 중국이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서방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강도 높은 제재를 지지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는 6~7일 상하이를 먼저 방문해 중국 기업의 이스라엘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8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중동 평화체제 구축 및 양국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80억 달러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중앙일보